"자는 시간,밥 먹는 시간도 아까웠어요. 한글의 아름다움에 빠져 하루 종일 한국어 공부만 했습니다. "

563돌 한글날을 기념해 8일 연세대에서 열린 '외국인 한글 백일장'에서 시 부문과 수필 부문에서 각각 장원을 차지한 정단단씨(중국 · 연세대 · 왼쪽)와 장효리씨(중국 · 순천향대)는 '가장 아름다운 한글 작문 솜씨'를 가진 외국인으로 뽑힌 비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연세대 언어연구교육원 한국어학당 주최로 교내 노천극장에서 열린 백일장에는 72개국 1765명이 참가해 한글 솜씨를 겨뤘다. 이 행사는 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및 해외교포에게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한글날을 앞두고 매년 개최되는 행사로 올해로 18회째다. 대회에 앞서 김한중 연세대 총장은 격려사를 통해 "앞으로도 한글 사랑 정신을 실천하는 교육기관으로서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한편 한국의 문화적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향기'라는 글제를 가지고 시를 써 이 부문에서 장원을 차지한 정단단씨의 작품 제목은 글제 그대로 '향기'였다. 그는 자신의 시에서 봄의 향기,미인의 향기,녹차의 향기,세상의 향기를 주제로 4연으로 구성해 아름다운 한글의 묘미를 살려냈다. 정씨는 "아직 한국에 온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도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했다"며 "특히 여자가 구사하는 한국어는 매우 아름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어 학습 방법에 대해 "하루 종일 한국어가 흘러나오는 녹음기 이어폰을 꽂고 다녔다"며 "한국 문학 작품을 많이 읽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수필 부문의 글제는 '선택'이었다. '없는 번호'라는 제목의 수필로 이 부문 장원을 차지한 장효리씨는 "한국에 온 지 1년반밖에 되지 않았지만 1분1초를 아껴가며 한국어 공부에 매달렸다"며 "한국어의 수많은 형용사의 용법을 익히는 게 매우 어려웠지만 그것이 결국 한국어의 매력에 빠지게 된 이유였다"고 말했다. 장씨는 작품을 통해 1989년 중국에서 태어나 대학 진학의 갈림길에서 한국 대학을 선택하게 된 사연과 강의실을 제대로 찾지 못할 정도로 한국어가 서툴러 겪었던 어려움 등을 솔직하게 밝혔다. 장씨는 "'없는 번호'란 중국에서 마지막으로 썼던 휴대폰 번호를 말한 것"이라며 "이제는 어엿한 한국의 대학생으로서 새 휴대폰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제와 관련,"'한국행 선택'은 나에게 큰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날 심사위원을 맡은 정과리 연세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는 "외국인들의 무한한 한국어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며 "특히 장원 작품은 높은 가을 하늘과 같은 깨끗한 문체로 장원으로 뽑히기에 전혀 손색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