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에 채색한 '시간의 흔적'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만영씨 노화랑서 개인전
중견 작가 한만영씨(63 · 성신여대 교수)는 요즘 악기에 빠져 산다. 그것도 고풍스런 바이올린이다. 그렇다고 음악가로 바이올린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미술에 음악적 오브제를 차용해 지나간 시간의 흔적을 잡아내기 위해서다.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개인전(7~24일)을 갖는 한씨는 "내 작품에 등장하는 악기는 독립적이고 비어있는 기호이며 모든 의미와 시간의 흔적을 재생산하는 공간"이라며 "관람객들에게 사랑 욕망 그리움 안타까움 두려움 회한 등의 무수한 감정을 부추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색채 화가 마티스를 비롯해 르네 마그리트,팝아트 작가 리히텐슈타인,정선 등 국내외 유명화가의 작품이나 민화 등을 재료로 평면과 입체의 통합 공간에 '시간의 복제'작업을 하는 추상화가다.
'시간의 복제'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회에는 최근 3년간 작업한 바이올린 오브제 설치 작품 20여점이 걸린다.
유리를 사면에 붙인 사각 액자 속에 바이올린을 배치하고 그 위에 유명 작가들의 명화 이미지를 콜라주한 작품들이다. 바탕을 파란색으로 처리해 시선을 악기에 집중시키는 여백 효과도 돋보인다.
현실과 이상이 연결된 악기 속에는 '시간'이 담기기도 하고,잠재의식 속에 또 다른 '기억'으로 저장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유명 화가들의 다채로운 미감이 바이올린의 선율적인 청각으로 발산되며 공감각의 세상을 연출하는 듯하다.
"평면과 입체의 통합 작업과정에서 억눌렸던 욕망들이 터져나온 것입니다. 화면 가득 채운 악기에서 바로 이거다 싶었지요. 우리가 음악같은 존재라는 말을 많이 쓰지요. 자신의 정체성을 온전히 드러내,선율같이 피어나는 삶을 두고 하는 말이지요. "
작가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방황의 세월을 보냈다. 그는 입문 초기엔 사진처럼 정교한 극사실주의 작업에 매달렸다. 그러다가 어느 시기부터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들다가 3년 전부터 고풍스런 바이올린 작업에 몰입하고 있다. 작가는 바이올린 작업을 시도하면서 속이 다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시간을 음악적으로 접근한 작업의 모티브가 된 셈이다.
"악기를 미학적으로 재창조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거든요. 진부할 것 같은 악기라는 소재이지만 원래 진부한 소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진부의 유무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만이 있다고 믿습니다. "
그에게 악기는 단순히 외형적 형상으로서의 악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악기는 하나의 차용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오브제이어도 좋고 아니어도 좋다. 더할 것도 없고 뺄 것도 없는 경지,바로 거리낌없는 무욕의 경지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바이올린 오브제 작업을 하면서 음악과 친근해 질 수 있어서 좋았다고 털어 놓았다. 음악 세상이야말로 솔직 담백한 세상이란 얘기다. (02)732-35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개인전(7~24일)을 갖는 한씨는 "내 작품에 등장하는 악기는 독립적이고 비어있는 기호이며 모든 의미와 시간의 흔적을 재생산하는 공간"이라며 "관람객들에게 사랑 욕망 그리움 안타까움 두려움 회한 등의 무수한 감정을 부추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색채 화가 마티스를 비롯해 르네 마그리트,팝아트 작가 리히텐슈타인,정선 등 국내외 유명화가의 작품이나 민화 등을 재료로 평면과 입체의 통합 공간에 '시간의 복제'작업을 하는 추상화가다.
'시간의 복제'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회에는 최근 3년간 작업한 바이올린 오브제 설치 작품 20여점이 걸린다.
유리를 사면에 붙인 사각 액자 속에 바이올린을 배치하고 그 위에 유명 작가들의 명화 이미지를 콜라주한 작품들이다. 바탕을 파란색으로 처리해 시선을 악기에 집중시키는 여백 효과도 돋보인다.
현실과 이상이 연결된 악기 속에는 '시간'이 담기기도 하고,잠재의식 속에 또 다른 '기억'으로 저장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유명 화가들의 다채로운 미감이 바이올린의 선율적인 청각으로 발산되며 공감각의 세상을 연출하는 듯하다.
"평면과 입체의 통합 작업과정에서 억눌렸던 욕망들이 터져나온 것입니다. 화면 가득 채운 악기에서 바로 이거다 싶었지요. 우리가 음악같은 존재라는 말을 많이 쓰지요. 자신의 정체성을 온전히 드러내,선율같이 피어나는 삶을 두고 하는 말이지요. "
작가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방황의 세월을 보냈다. 그는 입문 초기엔 사진처럼 정교한 극사실주의 작업에 매달렸다. 그러다가 어느 시기부터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들다가 3년 전부터 고풍스런 바이올린 작업에 몰입하고 있다. 작가는 바이올린 작업을 시도하면서 속이 다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시간을 음악적으로 접근한 작업의 모티브가 된 셈이다.
"악기를 미학적으로 재창조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거든요. 진부할 것 같은 악기라는 소재이지만 원래 진부한 소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진부의 유무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만이 있다고 믿습니다. "
그에게 악기는 단순히 외형적 형상으로서의 악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악기는 하나의 차용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오브제이어도 좋고 아니어도 좋다. 더할 것도 없고 뺄 것도 없는 경지,바로 거리낌없는 무욕의 경지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바이올린 오브제 작업을 하면서 음악과 친근해 질 수 있어서 좋았다고 털어 놓았다. 음악 세상이야말로 솔직 담백한 세상이란 얘기다. (02)732-35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