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조직관리에 대한 부담 없이 R&D(연구 · 개발)나 공정관리만 담당하는 전문가인 '마스터' 직급을 만들었다. 이들은 임금,차량,출장지원 등에서 상무급 이상 임원 예우를 받게 된다.

삼성전자 DS(부품)부문은 1일 R&D와 공정관리 직군 수석연구원(부장급)들이 경영 임원으로 성장하는 '관리자 트랙'과 마스터로 성장하는 '전문가 트랙'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인사시스템을 바꿨다고 밝혔다. 그동안 삼성은 R&D 부문 임원을 '연구임원'으로 지칭하며 경영관리 직군 '경영임원'과 구분해 왔지만 명칭에만 차이를 두고 똑같이 조직관리 업무를 맡겨왔다.

두 트랙 중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직원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 트랙을 선택하면 별도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회사 관계자는 "개인의 의지에 따라 연구개발 전문가의 길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인사제도"라며 "인텔,IBM,필립스 등도 '두 개의 사다리(dual ladder)'로 불리는 삼성의 마스터 제도와 유사한 직급 시스템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윤우 부회장은 이날 반도체 · LCD(액정표시장치) 분야에서 십수년간 고유영역을 개척해 온 '기술 달인' 7명을 마스터로 선발,임명장을 수여했다.

D램 설계를 담당해온 반도체 전문가 황홍선 수석연구원 △신호처리 기술을 바탕으로 칩 컨트롤러 알고리즘을 만드는 공준진 수석연구원 △시스템LSI 반도체 설계 검증 전문가 민병언 수석연구원 △반도체 패키지 기술개발 전문가 조태제 수석연구원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핵심기술을 담당하는 박영우 수석연구원 △반도체 포토,에칭 공정 전문가 고용선 수석연구원 △고해상도 LCD 구동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김선기 수석연구원 등이 처음으로 마스터 타이틀을 달았다. 이들은 1959~1964년생으로 대부분 국내외 대학 박사학위를 갖고 있다.

삼성전자 인사팀 관계자는 "핵심기술과 관련된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마스터제도를 도입했다"며 "중장기적인 R&D 활동을 필요로 하는 원천기술과 전략사업의 핵심기술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삼성전자는 정기 임원인사와 동시에 마스터를 뽑을 계획이다. 선발인원은 매년 10명 안팎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DMC(완제품) 부문으로 확대할지 여부는 좀 더 검토한 후 확정할 방침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