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가을 산사에 그림판,놀이판,노래판이 벌어지고 사람들이 모여든다. 오대산 월정사,강화 전등사,해남 미황사 등 전국 사찰들이 해마다 가을이면 마련하는 축제가 계기다. 산사의 가을축제에는 노래와 춤,전시,체험,먹을거리 등의 다양한 즐길거리가 마련돼 결실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대화와 성찰의 자리도 마련한다.

강화도 전등사는 오는 10~18일 제9회 삼랑성 역사문화축제를 연다. 강화도와 인천시 등이 공동 주최하는 이 축제의 올해 주제는 '역사와 소통(笑通 · 웃음으로 통함)하라'.이를 위해 전등사가 소장한 법화경판에 한지를 대고 전통적 방식에 따라 인출(인쇄)하고 이를 묶어 책으로 만드는 전 과정을 축제 기간 공개한다. 송광사에서 실어온 100년 이상 묵은 기와에 축제 참가자들이 전등사 대웅전 수미단 아래 괴상,대웅전 나부상,각 전각의 단청 및 문양을 그려 넣어 전시하는 '고(古)기와 그림전'도 주목된다.

10일 오후에는 가수 강산에 이수영 김종환 전영록 최헌 임희숙 등이 출연하는 '전등사 가을음악회'가 열리고 전등사를 창건한 아도화상을 비롯한 역대 고승들에게 차를 올리는 다례재와 호국영령을 위한 영산대재(11일)도 봉행한다. 강화문화 한마당(17일),비보이 및 서도소리 · 대북 공연(18일),생태사진전,가을바람전 등의 전시회와 난치병 어린이를 돕기 위한 바자회,화문석공예 · 짚풀공예 등의 체험행사도 열린다.

오대산 월정사는 16~18일 제6회 오대산 불교문화축전을 연다. '생명과 시원의 만남'을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첫째날에는 나라와 지역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며 국가적 행사로 지냈던 한강시원제와 오대산 어류복원 · 생명살림 수륙대재,유등제 및 만등 밝히기 행사를 연다.

이어 둘째날에는 가수 이선희,해금 아티스트 꽃별,퓨전 타악그룹 두드락 등이 출연하는 산사음악회가 열리고,셋째날 열리는 대한민국 불교 차인대회에는 다례법 시연과 강연,명상춤 공연,다찬회 · 들차회 등의 행사가 다채롭게 마련된다. 백일장 · 미술대회 · 합창대회 · 법고대회 · 일일 선방체험 등의 참여형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해남 미황사는 오는 24일 오후 1시부터 '땅끝마을 미황사의 꿈'을 주제로 제10회 괘불재(掛佛齋)와 미황사 음악회를 개최한다. 괘불재는 높이 12m,폭 5m의 대형 불화인 미황사 괘불탱화(보물 제1342호)를 1년에 한 번 공개하는 자리.특히 괘불재의 한 과정인 만물공양은 참석자들이 각자 1년 동안 수확한 자신만의 삶의 수확물을 부처님에게 올리는 것으로,농사를 지은 이는 햅쌀 콩 등의 농산물을,논문을 쓴 이는 논문을 올리는 식이다. 괘불재는 20여 가지의 떡과 햅쌀밥을 나눠먹는 '두레상 한 솥밥' 순서로 대미를 장식한다.

또 오후 6시에 시작되는 미황사 음악회에는 가수 박강수와 국악실내악단 '내벗소리 민족예술단',국악 작곡가 전병규 등의 음악인과 해남 소리꾼 박양애씨를 비롯한 '해남들노래' 등이 출연한다. 경전 인경,탁본전,옛 문양 그리기 등의 체험행사와 1박2일의 템플스테이도 마련한다.

진주 삼선암은 8일 고려동종문화제를 열어 마을주민 노래자랑,도살풀이춤,판소리,가야금산조 등의 문화공연을 선사한다. 산사음악회의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 북한산 심곡암도 11월1일 '가을동화 콘서트'라는 이름의 가을단풍문화제와 산사음악회를 연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