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매니저들이 자산운용사에서 투자자문사로 속속 이동하고 있다. 펀드 환매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운용사와 달리 자문사들은 증권사 '랩어카운트' 등으로 개인 '큰손'들의 뭉칫돈이 유입되고 있어 매니저들의 선호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프랭클린템플턴의 대표 펀드인 '템플턴그로스'를 운용한 김태홍 전 주식운용본부장은 다음 달 1일부터 브레인투자자문으로 자리를 옮긴다. 미래에셋 출신 스타 매니저인 박건영 대표가 만든 이 회사에는 이미 정희석 전 세이에셋 매니저와 정원석 신영투신 매니저 등이 스카우트됐다.

인피니티투자자문에도 지난 3월 박관종 전 우리자산운용 주식운용1팀장이 대표로 영입된 뒤 황아람 우리자산운용 매니저를 포함한 5명의 운용역이 옮겨와 둥지를 틀었다.

이 같은 펀드매니저들의 이동은 무엇보다 자문사들이 굴리는 자산 규모가 크게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6개월째 자금 순유출이 이어지는 반면 자문사들의 일임 및 자문계약 금액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자문사 계약금액은 13조7000억원으로 올 들어 2조원가량 늘었다.

이는 투자자들이 맡긴 일임계약이 증가한 데다 이들이 자문을 맡은 증권사 랩어카운트 상품이 크게 늘어난 때문이다. 증권사 랩어카운트 잔액(7월말)은 17조9000억원으로 올 들어 6조원이나 불어났다. 최근 1년 새 랩 규모가 9000억원으로 4배 이상 급증한 삼성증권 관계자는 "개인 큰손들이 랩으로 다시 몰리고 있다"며 "1년간 계좌당 평균 투자금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3배가량 늘었다"고 전했다.

자문사들이 펀드매니저들에게 파격적인 영입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매니저들의 이동을 부추기고 있다.

자문사로 자리를 옮긴 한 펀드매니저는 "이름이 알려진 본부장급 매니저들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매니저들의 이동이 훨씬 많다"며 "자산운용사에 비해 자문사는 매니저들에게 많은 권한을 주는 데다 성과에 따른 보수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전했다.

김재후/서정환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