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정면 대치하고 있다. 민주당은 다른 야당과 공조,정 후보자의 자진사퇴나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고 한나라당은 28일 본회의에서 인준안을 통과시키기로 하는 등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 대표는 27일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일 국회 본회의에서 당력을 총집결해 정 후보자 인준 표결에서 승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야당의 총리 인준 반대 움직임에 대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발목잡기 정치공세"라며 "정 후보자가 총리 직무를 수행할 자질과 능력에 중대한 흠결이 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준 표결을 29일로 연기하자는 야당 요구를 일축하며 "(28일 본회의에서) 우리 당에서 한 분의 이탈도 없이 똘똘 뭉쳐서 총리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키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당내 표심을 단속하는 한편 물밑접촉을 통해 친박연대와 무소속 의원들에게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이에 대해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이날 국회서 긴급 회담을 갖고 정 후보자의 인준 반대와 세종시 원안 추진을 위해 공조하기로 했다. 정 대표는 "이전 정부나 이번 정부 통틀어 정 후보자가 가장 흠결이 많은데 이런 사람을 인준하면 이보다 덜한 사람들은 전부 등용해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두 야당은 위증죄와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정 후보자를 고발키로 하는 한편 본회의에서 표결을 실력저지하는방안 등도 검토키로 했다. 창조한국당과 민주노동당,진보신당까지 포함해 야5당이 공동 대처에 나서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총리 임명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참석에,과반수가 찬성하면 통과된다. 산술적으로는 재적 의원 290석 중 과반수가 넘는 167석을 가진 한나라당이 절대 유리하다. 야5당이 공조해도 민주(83명) · 선진(17명) · 민노(5명) · 창조한국당(3명) · 진보신당(1명) 등 총 109명으로 이에 훨씬 못 미친다. 표결 시 총리인준안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하지만 야당이 물리력을 동원해 표결 자체를 저지할 경우 파행은 불가피하다. 다음 달 국정감사와 재보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기선제압을 위해 극심한 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김유미/민지혜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