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에 15년 만에 중도 · 실리를 앞세운 집행부가 들어서게 되자 회사 안팎에서는 "강경 투쟁의 상징으로 인식돼 온 현대차 노조에도 변화와 상생의 바람이 불게 될 것"이라는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날 현대차 노조 현장조직 게시판에도 축하와 당부의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일부 조합원은 금속노조 새 위원장으로 강성인 박유기 전 현대차 위원장의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는 만큼 향후 이경훈 지부장과 금속노조 사이에 극한 노노 갈등 관계가 형성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한 조합원은 "금속노조에 대한 조합원들의 거센 불만이 이 후보를 당선시켰다"며 "이번 기회에 금속노조와의 관계를 새로이 설정하자"고 제안했다. 이 당선자의 현장조직인 전현노 내부에서도 "현대차 노조는 연간 40억원 이상을 금속노조 등 상급단체에 회비로 내는데 금속노조는 현대차지부를 위해 해준 게 없다"며 이번 기회에 회비를 조정하자는 반발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심지어 이번 기회에 금속노조 탈퇴를 주문하는 조합원도 눈에 띄었다.

해마다 파업에 몸서리쳐 온 울산시민들도 기대감을 보였다. 북구 진장동의 김성호씨(38 · 회사원)는 "실리 중심의 집행부가 들어선 것을 계기로 앞으로 울산에서는 불법 파업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대차 협력업체인 영풍기계 조부평 대표는 "노조 창립 이후 파업으로 인한 회사의 생산 손실액만 11조원에 이르고 이 피해를 협력업체들이 고스란히 떠안아 왔다"며 "새 집행부 출범으로 앞으로 파업 걱정 안 하고 일하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의 고질적 약점으로 지적돼 온 강성노조의 이미지를 걷어내고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최재황 경영자총협회 이사는 "15년간의 강경 투쟁이 보여준 한계를 현대차 노조원들이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양보와 대화를 통해 노사가 서로 더 많은 것을 얻는 합리적 노동운동의 전례를 남겼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김정한 노동연구원 박사는 "이제 기업 노조들이 연대 투쟁보다는 개별 기업의 성과 향상을 통한 근로 개선에 더 무게중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해석했다. 김 박사는 "그동안 현대차가 금속노조 총파업의 선봉장 역활을 맡았지만 앞으로는 투쟁 방침을 거부하고 총파업에도 불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