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차관'얘기를 듣는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사진)이 '아프라카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달 말 에너지 자원협력 외교단을 이끌고 가나 콩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방문하고 나서부터다. 특히 콩고의 바나나항 개발사업에 '필'이 꽂혀 있다. 항구를 건설해주고 그 대가로 자원을 가져오는 사업이다.

콩고는 오랜 내전 탓에 광물자원의 80% 정도가 미탐사로 남아 있는 자원의 보고다. 콩고 대통령 관저를 방문했던 박 차장은 24일 "38세인 카빌라 대통령은 검소할 뿐만 아니라 참신한 지도자로 인정받는 데다 국가재건의 의지가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 차장은 "카빌라 대통령에게 '나는 미스터 콩고가 될 테니 대통령께서는 미스터 코리아가 돼 양국의 협력을 위해 온힘을 쏟자'고 제의하자 흔쾌히 수락했다"고 소개했다.

카빌라 대통령으로부터 바나나항 개발사업 약속을 받은 박 차장은 귀국 후 곧바로 민관 합동 실무조사단을 꾸려 콩고에 파견했다. 이어 광물자원공사로 하여금 콩고에 현지지사 설립을 유도했다. 민승규 농림수산식품부 차관을 만나 농업분야 협력 조사단을 파견키로하는 등 후속조치를 일사천리로 진행 중이다.

또 최근에는 대한의사협회장 · 치과협회장 등을 만나 콩고에 파견할 의료봉사단을 부탁했고 의사협회는 흔쾌히 수락했다. 서울시와는 문화사절단 파견을 협의 중이다. "자원 외교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민간 · 문화교류가 필수적"이라는 생각에서다.

도로 항만 등 인프라를 깔아주고 그 대가로 광물자원을 받아오는 아프리카 자원외교의 특성상 관련 부처의 유기적 협조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부처 간 손발이 맞지 않아 후속조치가 흐지부지되면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었다.

총리실 관계자는 "부처끼리 정식 계통을 밟아 회의를 하면 하세월"이라며 "이를 잘 아는 박 차장이 직접 모든 일을 챙기고 있다"고 전했다. 박 차장이 다른 부처 차관이나 청와대 수석들까지 직접 만나 아프리카 전도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박 차장은 "과거에도 정부차원의 아프리카 자원 외교가 추진됐지만 가시적 성과로 연결되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내가 책임지고 후속조치를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