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만들기를 주제로 한 자기계발서들은 한결같이 꿈을 이루고 싶다면 꿈을 종이에 적고 그려보며 되뇌라고 속삭인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의 '짓궂은' 실험 결과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학생들에게 좋은 성적을 받는 꿈을 늘 상상해 보라고 권장했더니 그럴수록 공부를 덜 하거나 시험성적도 낮았다. 졸업 후 꿈꾸는 일자리를 얻는 장면을 자주 상상했다는 학생일수록 결과는 취직률이 떨어지고 직장에서 받는 보수도 훨씬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기암시나 동기부여가 마법의 주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기최면을 건 사람은 꿈을 방해하는 작은 장애에도 쉽게 좌절하고 도피주의로 흐르는 경향을 보였다. 심리학의 결론은 이렇다. '장밋빛 미래를 상상하면 기분은 좋아질지 모르지만 꿈을 현실로 만드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혼자 일할 때보다 집단으로 일할 때 두 배나 많은 아이디어를 짜낼 수 있다'는 브레인스토밍 신화 역시 근거가 없다. 여러 가지 실험 결과는 '혼자 일한 사람이 양으로나 질로나 훨씬 나은 성과를 내놓았다'고 나왔다. 그 이유는 책임분산 효과라는 것인데,쉽게 말하면 80 대 20 법칙이 여기서도 작용된다는 것이다. 1940년대 초에 만들어진 이런 허구가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창조성을 자극하기는커녕 오히려 가로막아왔던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해 《괴짜심리학》으로 잘 알려진 리처드 와이즈먼 교수(영국 허트포드셔대학)가 이번에는 통설이 뒤집힌 빈 자리를 메우는 재미있고 신선한 방법론들을 선보인다.
소원을 말해도 이뤄지지 않는 것은 꿈이 지나치게 원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꿈을 잘게 나눠 단계적으로 밟아가면 효과가 있지 않을까? 닭장같은 회의실에서는 양으로나 질로나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다. 딴 생각이 아이디어를 만들어낸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그저 드러누워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뇌의 스트레스가 해소되면서 틀을 벗어난 창의적 사고가 샘솟게 된다.
분노와 스트레스는 샌드백을 두드리고 소리를 지른다고 해소될 일이 아니다. 불을 끄기는커녕 되레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수 있다. 분노는 빨리 잊어야 한다. 그러므로 30분 이상 햇빛을 쬐거나 관심을 딴데로 돌리는 것도 좋지만,나를 성숙하게 만들어준 '그 작자'를 위해 기도하는 것도 아주 적극적인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취직면접에도 촌철살인의 비법이 있다. '일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백번 강조하는 것보다 면접관의 비위를 맞추는 편이 승률이 훨씬 높다. 자신의 약점일수록 먼저 말하고 장점이나 화려한 스펙은 뒤로 돌려야 점수를 챙길 수 있다.
와이즈먼 교수가 제시하는 비법들은 모두 1분 안에 실행하고 효과를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이 책이 할리우드 범죄영화 스타일의 《59초》(원제도 '59 Seconds'이다)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것 역시 저자 혼자 만든 것들이 아니고 수많은 심리학 실험 결과를 토대로 한 진지한 방법론들이다.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