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전지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다.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며 태양광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는 데다 세계 각국이 앞다퉈 태양광 발전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폴리실리콘 수요가 되살아나고 있어서다.

지난 6월 ㎏당 50~60달러까지 떨어졌던 폴리실리콘 스폿(단기계약) 물량 가격은 지난달 이후 반등하며 ㎏당 80달러 안팎까지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하락세를 지속했던 폴리실리콘 가격이 1년여 만에 처음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한풀 꺾인 증설경쟁

작년 6~7월 심각한 공급 부족으로 ㎏당 400달러까지 치솟았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추락해왔다. 유럽 지역에서 추진했던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수요가 급감한 것.여기에 미국 헴록,OCI(옛 동양제철화학),독일 바커 등 세계 1~3위 폴리실리콘 업체들이 증설 경쟁에 뛰어들면서 공급 과잉까지 겹쳤다.

최근 시장 상황이 바뀐 것은 경기회복 움직임과 함께 태양광시장이 침체기를 벗어났기 때문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두업체들의 하반기 신규 물량 계약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2분기를 고비로 가격이 바닥을 친 듯하다"고 말했다.

메이저 폴리실리콘 업체들의 증설 경쟁도 완화되는 분위기다. 세계 2위 OCI(연간 1만6500t)는 당초 올 12월 완공 예정이던 연산 1만t 규모의 군산 3공장 투자완료 시점을 내년 12월로 1년 연기했다.

세계 각국 태양광 지원책 경쟁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발표하는 태양광 발전 사업 지원책도 시장 회복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7월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 발전사업 지원책을 발표,기존 세금 지원 방식을 각 프로젝트 사업비의 30%를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인도는 작년 기준 36㎿에 불과한 태양광 보급규모를 2012년에는 1.5GW,2020년에는 20GW까지 키운다는 내용의 태양광산업 육성계획을 지난달 내놨다.

국내 업계,추가 투자에 아직 '신중'

폴리실리콘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사업 참여를 결정한 삼성 LG 한화 등 국내 기업들은 섣불리 투자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 가격이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제조원가조차 맞추기 힘든 상황을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폴리실리콘 선두업체의 경우 제조원가는 ㎏당 30~40달러대인 반면 후발업체들의 제조원가는 시설 원 · 부자재 가격 상승,공장 운영 기술 미숙 등으로 ㎏당 70달러 수준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의 폴리실리콘 가격으로는 이익을 내기 힘든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에서 최소 1조원(연간 1만t생산기준) 안팎에 달하는 투자비는 기업들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당 100달러를 넘기 전까지 투자 저울질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