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백화점 여성복 매장에 웬 미용실?"

여성복 브랜드들이 몰려 있는 현대백화점 목동점 3층에선 패션가발을 파는 '파로' 매장 내 헤어살롱이 인기다. 가발을 사는 고객을 위한 가발전용 미용실이다. 머리숱이 부족한 40~50대 여성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가발 매장 매출이 덩달아 30% 늘었다. 정철기 목동점 여성정장팀장은 "평소 가발 고객들이 느낀 불편사항을 수용해 가발미용실을 마련했는데 고객 방문 횟수는 물론 1인당 가발 구입액까지 늘어나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넛지 매장'들이 인기다. 미국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의 동명 저서에서 유래한 '넛지(nudge)'는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의미한다. 넛지 매장은 제품을 전면에 내세워 고객들에게 판매를 강요하기보다는 다양한 연관 매장과 서비스를 통해 자연스레 구매로 이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넛지 효과에 눈을 뜬 백화점들은 고객관리(CRM) 시스템을 활용,연관 구매로 이어지도록 매장 위치를 조정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키즈카페 옆에는 넛지매장의 일종인 유아동 전문 미용실 '버블 스토리(사진)'가 있다. 아이를 동반한 고객의 휴식공간으로 키즈카페에 키즈 미용실을 붙여,키즈카페 고객의 80%가 이용하며 방문 고객 수가 평일 20~30명,주말 60~70명에 이른다.

또 롯데백화점은 본점 5층의 휴고보스 · 제냐 등 수입 남성정장 매장 앞에 럭셔리 사무용품 매장을 넣었다. 펜슬 6만5000원,클립홀더 5만6000원 등 고가 제품만 취급하지만 수입 정장 고객이 주로 비즈니스맨,전문직 종사자들이어서 매출효과가 높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선 남성들에게 스타일을 판매하는 '코디바' 서비스로 넛지 효과를 누리고 있다. 백화점 쇼핑에 서툰 남성 고객에게 스타일리스트가 동행해 무료로 이미지 · 스타일 컨설팅과 동행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 결과 백화점 카드조차 없던 남성 고객들이 이 서비스를 경험한 뒤 우수고객으로 등록할 정도로 연관 구매 효과가 높다. 실제로 올 들어 코디바 등록 회원들의 구매액은 전년 대비 18% 신장했다.

대형마트 가운데 이마트는 식품매장 곳곳의 자투리 공간에 요리 핸드북을 지난달 선보였다. 일반 요리책의 절반 크기와 가격으로 '후다닥 아이밥상''2000원으로 도시락싸기' 등 총 10여종을 내놨다. 이마트 관계자는 "고추장을 사는 고객이 판매대 옆에서 닭볶음탕이나 떡볶이 조리법이 담긴 요리책을 보면 닭이나 떡볶이용 떡까지 추가로 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