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라이브 블로깅'을 지켜본 적이 있습니까? 아마 용어 자체를 처음 듣는다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꽤 인기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으니까요. 쉽게 말해 블로그에서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걸 라이브 블로깅이라고 합니다. 애플 등이 신제품을 발표할 때 라이브 블로깅이 많죠.

저는 중요한 발표가 있을 때는 라이브 블로깅을 지켜보곤 합니다. 라이브 블로깅은 대개 새벽 2시(한국시간)쯤 시작됩니다. 초저녁에 한숨 자고 일어나서 봅니다. 지난달 애플이 아이폰3GS를 발표할 때도 지켜봤는데 극적이었습니다. 기조연설이 끝나갈 때까지 언급이 없어 포기할 무렵 아이폰이 발표됐거든요.

라이브 블로깅은 주로 시넷(CNet)이나 맥루머스와 같은 온라인 매체가 합니다. 발표 내용을 블로거(기자)가 실시간으로 입력해 웹(블로그)에 올리죠.맨 앞에 입력시간이 표시되고 최신 글이 맨 위에 뜹니다. 현장사진도 끊임없이 올라옵니다. 이걸 지켜보노라면 현장에 있는 것 같은 생동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올해 초에는 라이브 블로깅 도중에 라이브 해킹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맥루머스가 '맥월드 2009'를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는데 라이브 블로깅 화면에 갑자기 '스티브 잡스 방금 죽었다(STEVE JOBS JUST DIED)'는 글이 뜨더니 욕설이 난무하고 사이트가 다운되고 말았습니다. 해커가 침입했던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라이브 블로깅은 놀라운 게 아닙니다.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는 걸 제외하면 전통 미디어와 다를 게 없습니다. 정보 유통이 단방향이라서 독자는 지켜보기만 합니다. 그런데 실시간에 양방향성까지 갖춘 게 등장했습니다. '라이브 트위팅(live tweeting)'입니다.

지난 20일 일요일 밤에도 라이브 트위팅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맨유)와 맨체스터시티 간의 지역 라이벌 축구경기가 열렸는데 우리나라 트위터 이용자 중 축구팬들이 라이브 트위팅에 동참했습니다. 모바일게임 회사 부사장인 플레이주니(playjuny)란 분이 TV를 시청하면서 해설을 올렸습니다.

'초반부터 미들필더 싸움 치열하네요. 공 잡으면 순식간에 2~3명이 에워싸는군요. …오늘 박지성 선수 플레이의 특징은 전형적인 윙어입니다. 포지션이 빈번하게 스위칭되는 과거의 맨유 전술이 아닙니다. …맨유가 오언의 인저리타임 마법골로 4-3으로 승리를 거둡니다. 오늘 경기 최고의 더비전이었습니다. '

이런 식입니다. 플레이주니님이 해설 글을 올리는 동안 많은 축구팬들이 실시간으로 의견을 올렸습니다. 박지성이 고립되고 있다느니 후반에 교체될 것 같다느니….해시태그(지정검색어) #EPL이나 #Manchesterderby로 검색한 창에서는 영국을 포함한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해설자 플레이주니님은 30대 중반의 아마추어입니다. 그렇다고 '축구 내공'이 TV 해설자에 뒤지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트위터에서는 부담없이 자기 의견을 올릴 수 있죠.플레이주니님은 경기 직전에 3-2 맨유 승리를 예상했는데 결과는 4-3 맨유 승리였습니다. 이 정도면 돗자리 깔고 앉아야 합니다. ㅋㅋ.

경기가 열리는 동안 스카이스포츠와 네이버는 라이브 블로깅(또는 문자중계)을 했습니다. 스카이스포츠는 실시간 상황을 해설을 곁들여 올리기만 했습니다. 반면 네이버는 '샹빠'와 조한복 기자의 중계 · 해설이 나오는 창 밑에 네티즌 댓글 창을 붙여 양방향 소통을 시도했습니다.

라이브 블로깅과 라이브 트위팅….세상 참 빠르게 변합니다. 무엇이든 실시간으로 중계할 수 있는 세상, 누구든지 중계에 참여할 수 있는 세상이 오고 있습니다.

이제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지하철 전동차나 야외에서 휴대폰으로 라이브 트위팅을 하는 분도 적지 않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때도 많은 분들이 트위터로 실시간 중계를 했죠.이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갈라파고스'나 '로빈슨 크루소'가 되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