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전문가들은 대체로 15개월만에 1700선에 오른 코스피 지수가 올해안에 1800선까지는 무난히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글로벌 증시 상승을 이끈 유동성 힘과 실적 모멘텀(계기)이 줄어들면서 조정 기간을 거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코스피, 올해안에 1800까지 상승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8일 증시의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있는 것으로 진단하고 앞으로 한 달 안에 코스피 지수가 18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파트장도 "증시의 상승 추세가 계속 이어지는 상황으로, 코스피 지수가 올해 중에 1800정도까지는 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올해중에 출구전략이 나올 가능성이 낮고 경기가 다시 뒷걸음질할 것으로 전망되지도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지표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경기회복 초기단계여서 출구전략이 시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이 가장 빠른 경기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달러화 약세에 따른 달러 캐리 트레이드(저렴한 달러를 빌려 고수익이 예상되는 다른 국가에 투자)의 본격화와 파이낸셜타임즈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국 지수 편입 등 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도 외국인 매수세를 이끌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경기가 연말 이전까지 호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외국인의 리스크 선호 기조 또한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주식은 글로벌경쟁력 강화와 실적 개선, 원화 강세 등의 이유로 아직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추가 상승보다는 1700선에서 등락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코스피지수는 재차 1700 돌파를 시도하겠지만 1700에 안착되기 위해서는 매물소화 과정이 필요하다"며 "당분간 혼조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현재 수급의 구도가 기관 매도와 외국인 매수로 양분돼 있어, 급등하거나 급락하기보다는 1700선을 전후해 등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 4분기, 조정을 염두에 둬야…유동성·실적 모멘텀 둔화

전문가들은 대체로 코스피 지수가 1800선까지는 오를 것이라면서도 4분기 조정을 보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분기 초반까지는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178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4분기 중반 이후에는 조정을 받을 것"이라며 "분기 모멘텀과 기업이익 모멘텀이 둔화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종우 센터장은 "한국 주식시장이 8부 능선을 넘어선 상태"라며 "코스피 지수의 이후 6개월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6개월을 내다보면 코스피 지수가 한달 안에 연고점을 경신한 후 조정을 받아 1600∼1800선에서 횡보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동안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를 주식 시장이 급격하게 선반영했지만 지수의 가격 부담이 큰 가운데 이후에도 지수를 강하게 끌어올릴 만큼의 경기 모멘텀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문기훈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정책 효과의 둔화로 4분기 유동성의 힘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문 센터장은 "미국은 아직 출구전략을 언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현재 글로벌 경기 회복세는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수요 회복은 아직 요원한 상태이기 때문에 4분기 경기회 복세도 둔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투자전략은?

"당분간 외국인이 더 살 가능성이 있는 IT와 자동차 등 기존 주도주 위주로 대응하되, 연말 조정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어야 한다."

대체적인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투자전략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김영익 센터장은 4분기 중순 이후의 조정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주식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올 3월부터 9월까지는 자산의 70% 정도를 주식으로 가져가라고 했지만 앞으로 주가가 조정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채권이나 현금성 자산,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비중을 높여햐 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오현석 파트장은 삼성전자, 현대차 등 주도주를 계속 주목해야 한다며 분할 매수후 보유하라고 조언했다. 실적 모멘텀이 지속되고 있고 외국인의 매수세가 몰리고 있기 때문. 그는 "IT와 자동차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길게 보면 밸류에이션 재평가도 가능할 것"이 라고 예상했다.

이종우 센터장은 "기존 주도주인 자동차와 IT(정보기술) 업종 중심의 투자전략이 유효해 보인다"면서 "IT가 여러 번의 모멘텀(계기)을 거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IT업종보다 자동차 업종이 상대적으로 기회요인들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종 내에서도 대형주 및 주도주 중심의 투자가 바람직하다"면서도 "두 업종 다 많이 올랐다는 점에서 투자 판단 시에는 가격 부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재훈 부장은 "지수가 단기간에 급등했기 때문에 매매타이밍이 중요하다"면서 "추격매수는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또 "단기급등한 종목을 보유한 투자자라면 반등시마다 비중을 조금씩 줄여나가면서 현금화할 것"을 권했다. 유망종목으로는 SK에너지와 동국제강, LS, 우리투자증권을 꼽았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