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솔직토크] (9) 김진선 강원도지사‥ 山ㆍ水ㆍ恨 이 강원도의 힘! 평창 올림픽때 '응집력' 보여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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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반전 '2851원'… 입학금 내준 선생님 없었으면 호텔리어 됐을것
김진선 강원도지사(64)의 호는 석허(石虛)다. 꽉 찬 돌도 빈 존재라는 뜻이다. 그는 공직생활 36년간 열심히 자신을 채웠다. 3연속 강원도지사 역임은 절정기였다. 하지만 이제 도지사직도 더 이상 맡을 수 없다. 광역자치단체장으로는 처음 4선 금지 규정에 걸려 내년 선거에 나올 수 없다. 도민들이 그를 원한다 해도 못 나선다. 떠나야 하는 그는 요즘 채워진 자신을 비우는 법을 배우고 있다. 집착을 버리기 위해 내년 6월 퇴임 이후를 대비한 '플랜B'도 안 세우고 있다고 한다. 뒤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의 말은 가식이 없는 법.4시간여 이어진 그와의 솔직토크는 태백처럼 시원했고 설악처럼 진솔했다. 가난에서 목이 메이고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에게서 눈시울을 붉힌 석허는 그래도 어려웠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어려움을 딛고 순수함으로 돌아가려는 그것이 '강원도의 힘'은 아닐까?
▼강원도가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길을 참 많이 뚫었어요. 전국과 강원도를 2시간 생활권대로 만들기 위해 뚫은 터널이 20여개입니다. 다리는 300개가 넘어요. 우리는 이것을 '길(道)' 전략이라고 부릅니다. 강원도는 산이 많아서 꼬불꼬불하게 길만 내서는 곤란하지요. 다리와 터널로 직선화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강원도에 고속 교통망은 더 필요해요. 원주~강릉,서울~속초,동해안 철도 및 고속도로,제2 영동고속도로도 앞당겨 완공해야 합니다. "
▼강원도의 힘은 무엇입니까?
"산림이죠.전국 산소의 22%를 강원도가 배출하고 있어요. 숲 계곡 바다가 자산입니다. 탄소배출권을 전국에서 가장 많이 갖게 돼요. 배출권은 잠재적인 돈이 아니라 실제적인 수입으로 이어집니다. 미래는 건강과 휴양,레저의 시대 아닙니까. 그런 면에서 강원도는 천국이죠.교통이 좋아지니까 투자가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지난 7년여간 1000개 정도 기업을 유치했고 리조트를 설립하겠다는 제안도 많이 받았어요. 영동지역에도 골프장 투자가 늘어날 겁니다. 알펜시아는 앞으로 전망이 좋습니다. 올림픽을 유치하면 최대 규모의 관광단지가 될 것입니다. 외부에서 기업이 오면서 인구도 증가세로 돌아섰어요. 비록 5667명에 불과하지만 강원도에는 의미가 커요.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도로망 확충이 상호작용을 한 거지요. "
▼지난 11년간의 도정을 되돌아본다면.
"강원도 하면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소외,낙후,무대접,푸대접 아닙니까. 강원도에서 태어나 성장했고,공직의 반을 강원도에서 지내면서 개인적으로 강원도 발전에 한이 맺혔어요. 하지만 그 한을 풀기 위해서는 정부에 도와 달라고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죠.정신적인 측면이 중요해요. 그래서 새로운 도민정신 창조를 강조했어요. 강원도 사람들은 다 착하고 인심도 좋습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소극적이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자신감을 되찾고 우리도 하면 된다는 의식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또 지리 문화 역사적 특수성 때문에 영동-영서니 춘천-강릉-원주니 하는 지역감정이 알게 모르게 많아요. 150만 인구가 그렇게 갈라지면 도민의 힘이 나올 수 없지요. 그래서 도민통합론을 제기했습니다. 프로축구단 강원 FC를 만들 때 도민들을 포함해서 전국에서 6만~7만명의 범 강원인들이 주주로 참여했어요. 강원도의 힘을 보여준 거죠."
▼새농어촌 건설 운동이 중국에서도 인기라지요.
"도지사 당선 직후부터 새농어촌 건설 운동을 주창했어요. 요즘엔 마을들이 서로 참여하려고 경쟁이 치열합니다. 그걸 책으로 냈더니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중국어로 번역했어요. 이후 중국정부 초청을 받았어요. 강원도를 벤치마킹하러 1년에 4000~5000명의 중국인들이 옵니다. 이 운동의 핵심은 자율 경쟁입니다. 지금까지는 중앙정부에서 계획을 세워 시달하다 보니 1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그래서 5억원을 지원할 테니 알아서 계획을 세워오라고 경쟁을 붙였어요. 구체적인 돈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전혀 간섭을 안 해요. 그랬더니 마을 사정에 맞게 계획도 잘 세워요. 이 운동으로 연소득이 5000만원 이상 올라간 곳도 수두룩합니다. 화천 토고미 마을,삼척 너와 마을 등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현재 200~300개 마을에서 이 운동을 진행 중이고,매년 가을에 연간 30개 마을을 뽑아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원을 못 받는 마을도 경쟁에서 떨어진 것이니 불평이 없어요. "
▼남북교류에 대해 각별한 애정이 있는데.
"강원도에 처음 와보니 휴전선 이남 지도만 보고 도로망도 짜고 개발계획을 세워요. 도지사가 된 뒤 남북이 모두 나오는 지도를 보고 계획을 짰어요. 나중에 북쪽으로 도로가 날 경우까지 생각한 거죠.통일에 대비해 미리 준비해야 하거든요. 도청에 남북 협력팀을 만들고,민간기구로 남북교류협력위원회,남북교류협력기금을 만든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통일문제는 분권적,미시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국가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는 지방이나 민간들도 교류협력의 주체가 돼야 하고 서신 교환,이산가족 상봉 등과 같은 아주 작은 노력이 쌓여서 통일의 기반이 된다고 봅니다. 강원도는 북한과 별도의 교류 창구를 갖고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습니다. 박물관이나 평화생명동산 평화산업단지도 만들자고 제안해서 추진 중입니다. "
▼동계올림픽 유치 세 번째 도전이죠.
"두 번 실패했지요. 실패의 원인을 곰곰 생각했는데 간단합니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들의 표심을 얻는 데 힘이 부쳤기 때문입니다. 2010년 대회에서는 밴쿠버라는 강적을 만났어요. 그때만 해도 평창을 평양으로 착각할 정도로 한국과 평창에 대한 인식은 깜깜한 절벽 수준이었어요. 거의 무명인 상태로 나가 56 대 53,3표차로 졌어요. 2014년 동계올림픽은 지명도도 높아졌고 평가도 잘받았는데 한국이 국제대회를 독식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 것과 경쟁국인 러시아와 푸틴이라는 막강한 외교 변수가 등장했어요. IOC는 정부의 지원을 요구해요. 동계올림픽은 강원도 발전의 일대 전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8년 동계올림픽개최지는 2011년 결정하는데 그때까지 공동위원장을 맡아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후임 도지사가 선출되면 어찌될지 모르지만 백의종군해서라도 유치를 도울 작정입니다. "
▼11년 재임 기간 중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금강설악권은 국제관광자유지대로 지정했으면 합니다. 북측에도 그런 제안을 했어요. 내 · 외국인 모두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국제휴양지 개념이죠.북한에 개성공단이 있는 것처럼 남한에도 산업단지를 잘 만들어서 북측 근로자가 내려와 일할 수 있도록 하면 좋지 않을까요. 앞으로는 동해를 낀 환동해권을 주목해야 합니다. 남,북,일,러가 모두 동해안을 끼고 있어요. 지금은 각 나라에서 모두 뒤처진 지역들이지만 저는 거꾸로 황금의 6각 지역이라고 봐요. 1단계로 동해를 끼고 뱃길 또는 하늘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백두산 항로를 만든 것입니다. "
▼별명이 백결선생이라던데요
"찢어지게 가난했죠.옷을 하도 기워 입어서 그때 백결선생(신라시대 가난했던 거문고 명인)이라는 별명이 붙은 거예요. 아버지는 공장 노동자와 소작농을 하셨어요. 아버지 공장은 사흘이 멀다 하고 멈춰서서 월급을 제때 받은 적이 없어요. 그래서 지금은 닭사료로나 쓰는 밀기울을 겨우 구해서 죽도 만들어 먹고 떡처럼 쪄서 먹기도 했습니다. "
▼가장 잊혀지지 않는 순간은.
"당시 영동지방에서 가장 좋은 곳이 강릉상고 문과였는데 7등으로 합격했어요. 3등까지만 주는 장학금을 못 받으면서 고등학교 진학 자체를 포기하려고 했어요. 당시 담임 선생님은 고교 진학을 포기한 저보고 일하라면서 막 개장한 워커힐호텔의 직원으로 추천해줬어요. 저의 운명이 뒤바뀔 뻔한 순간이었지요. 그런데 중2 때부터 영어를 가르쳐준 이정순 선생님께서 학업을 포기하지 말라며 봉투를 주셨어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데 봉투 안에 2851원이 들어 있었어요. 월급의 절반 이상을 제자에게 준거죠.하지만 강릉상고의 입학전형이 이미 끝나서 북평고로 갔어요. 안그랬으면 호텔리어의 인생을 살았겠죠.(웃음)"
▼아내의 어떤 모습에 반했나요.
"천생연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고시 합격 후 연수를 받을 때 대둔산에 올라갔다가 지금의 아내를 만났어요. 그때 아내는 친구 2명과 놀러왔는데 같이 사진도 찍고 밥도 해먹었습니다. 우리 일행들에게 밥을 퍼주는 아내의 모습이 너무 예쁘게 보였어요. 대둔산에서 찍은 사진을 전해주면서 교제를 시작했죠.그렇게 6년 정도 연애한 뒤 어느날 춘천에 있는 공중전화로 '당신과 결혼해야 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내는 묵묵부답이었어요. 그래서 모 교수를 중간에 내세워 연결을 부탁했습니다. 결국 연애 반 중매 반인 셈이 됐죠."
▼사진 블로그도 있던데요.
"1991년 강릉에서 관선시장할 때입니다. 단오 장터에 갔더니 웬 연세 드신 분이 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사진을 찍어요. 문화공보부 장관을 지냈던 윤주영씨였어요. 장관직에서 물러나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다는데 그렇게 보기가 좋았어요. 저는 소를 주제로 찍어요. 어릴 적 소한테 여물을 먹이기도 했는데 당시 소는 한식구였죠.카메라 렌즈를 통해 보니 소 얼굴이 천태만상이에요. 소를 찍다가 대화를 하기도 합니다. 우연인지 이번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공동유치위원장으로 함께 선임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사진 애호가라고 들었습니다. "
▼복지행정에 관심이 많다면서요.
"아이들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아들 하나 딸 둘입니다. 모두 5년 터울인데 아들인 첫애가 어려서 다운증후군 선고를 받았어요. 황달이 좀 오래 간다 싶었는데….병원을 나오는데 정말 하늘이 노랗게 보이더군요. 특수학교를 가도 소용이 없어서 특수시설에 보냈어요. 가족 모두가 고통이 컸습니다. 10여년간은 대를 이어야 한다는 등 자식에 대한 애착도 컸어요. 그러나 이것도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다 초월했습니다. 특별히 복지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었죠.도내 장애인들이나 저소득층은 그런 점에서 저하고 마음으로 대화를 합니다. "
▼재테크 점수를 매긴다면.
"재테크에는 하수입니다. 군수 때까지도 집 없이 전세로 전전했어요. 내무부 과장 시절 서초동에 공무원 조합아파트를 구입한 게 첫 내집 마련이었습니다. 지금은 그걸 팔고 분당으로 늘려서 갔는데 그게 가진 부동산 전부입니다. 재테크는 신경도 안 썼고,공직자가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부부가 다 능력도 없었고,땅을 사본 적도,주식을 해본 적도 없습니다. "
▼테니스가 수준급이라면서요
"테니스는 매일 칩니다. 출장가는 날과 해외 나가는 날을 빼고는 다 하죠. 새벽 5시께 일어나서 명상을 하다 테니스장 가서 한 게임을 상당히 과격하게 칩니다. 동아리 멤버들과 치는데 다들 수준이 상당해요. "
▼다시 태어나 다른 길을 간다면.
"역사학자나 인류학자 고고학자가 되고 싶어요. 지금도 역사서를 많이 읽습니다. 로마인 이야기도 열심히 읽었고,요즘은 반야심경 해설서를 다시 한번 더 읽고 있어요. 욕심을 안고 사회로 나가면 견디지 못할 것 같아 마음을 비우고 있는 중이지요. 반야심경은 공(空)의 철학입니다. "
글=김병일/사진=정동헌 기자 kbi@hankyung.com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출생:1946년 강원 동해
학교:북평고,동국대
경력:행시 15회,서울팝스오케스트라 후원회장,중국 런민(人民)대 객좌교수,32 · 33 · 34대 강원도지사
좌우명:심지기위의(心之起爲意 · 마음이 일면 뜻이 된다)
애창곡:만남(노사연)
▼강원도가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길을 참 많이 뚫었어요. 전국과 강원도를 2시간 생활권대로 만들기 위해 뚫은 터널이 20여개입니다. 다리는 300개가 넘어요. 우리는 이것을 '길(道)' 전략이라고 부릅니다. 강원도는 산이 많아서 꼬불꼬불하게 길만 내서는 곤란하지요. 다리와 터널로 직선화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강원도에 고속 교통망은 더 필요해요. 원주~강릉,서울~속초,동해안 철도 및 고속도로,제2 영동고속도로도 앞당겨 완공해야 합니다. "
▼강원도의 힘은 무엇입니까?
"산림이죠.전국 산소의 22%를 강원도가 배출하고 있어요. 숲 계곡 바다가 자산입니다. 탄소배출권을 전국에서 가장 많이 갖게 돼요. 배출권은 잠재적인 돈이 아니라 실제적인 수입으로 이어집니다. 미래는 건강과 휴양,레저의 시대 아닙니까. 그런 면에서 강원도는 천국이죠.교통이 좋아지니까 투자가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지난 7년여간 1000개 정도 기업을 유치했고 리조트를 설립하겠다는 제안도 많이 받았어요. 영동지역에도 골프장 투자가 늘어날 겁니다. 알펜시아는 앞으로 전망이 좋습니다. 올림픽을 유치하면 최대 규모의 관광단지가 될 것입니다. 외부에서 기업이 오면서 인구도 증가세로 돌아섰어요. 비록 5667명에 불과하지만 강원도에는 의미가 커요.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도로망 확충이 상호작용을 한 거지요. "
▼지난 11년간의 도정을 되돌아본다면.
"강원도 하면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소외,낙후,무대접,푸대접 아닙니까. 강원도에서 태어나 성장했고,공직의 반을 강원도에서 지내면서 개인적으로 강원도 발전에 한이 맺혔어요. 하지만 그 한을 풀기 위해서는 정부에 도와 달라고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죠.정신적인 측면이 중요해요. 그래서 새로운 도민정신 창조를 강조했어요. 강원도 사람들은 다 착하고 인심도 좋습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소극적이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자신감을 되찾고 우리도 하면 된다는 의식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또 지리 문화 역사적 특수성 때문에 영동-영서니 춘천-강릉-원주니 하는 지역감정이 알게 모르게 많아요. 150만 인구가 그렇게 갈라지면 도민의 힘이 나올 수 없지요. 그래서 도민통합론을 제기했습니다. 프로축구단 강원 FC를 만들 때 도민들을 포함해서 전국에서 6만~7만명의 범 강원인들이 주주로 참여했어요. 강원도의 힘을 보여준 거죠."
▼새농어촌 건설 운동이 중국에서도 인기라지요.
"도지사 당선 직후부터 새농어촌 건설 운동을 주창했어요. 요즘엔 마을들이 서로 참여하려고 경쟁이 치열합니다. 그걸 책으로 냈더니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중국어로 번역했어요. 이후 중국정부 초청을 받았어요. 강원도를 벤치마킹하러 1년에 4000~5000명의 중국인들이 옵니다. 이 운동의 핵심은 자율 경쟁입니다. 지금까지는 중앙정부에서 계획을 세워 시달하다 보니 1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그래서 5억원을 지원할 테니 알아서 계획을 세워오라고 경쟁을 붙였어요. 구체적인 돈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전혀 간섭을 안 해요. 그랬더니 마을 사정에 맞게 계획도 잘 세워요. 이 운동으로 연소득이 5000만원 이상 올라간 곳도 수두룩합니다. 화천 토고미 마을,삼척 너와 마을 등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현재 200~300개 마을에서 이 운동을 진행 중이고,매년 가을에 연간 30개 마을을 뽑아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원을 못 받는 마을도 경쟁에서 떨어진 것이니 불평이 없어요. "
▼남북교류에 대해 각별한 애정이 있는데.
"강원도에 처음 와보니 휴전선 이남 지도만 보고 도로망도 짜고 개발계획을 세워요. 도지사가 된 뒤 남북이 모두 나오는 지도를 보고 계획을 짰어요. 나중에 북쪽으로 도로가 날 경우까지 생각한 거죠.통일에 대비해 미리 준비해야 하거든요. 도청에 남북 협력팀을 만들고,민간기구로 남북교류협력위원회,남북교류협력기금을 만든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통일문제는 분권적,미시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국가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는 지방이나 민간들도 교류협력의 주체가 돼야 하고 서신 교환,이산가족 상봉 등과 같은 아주 작은 노력이 쌓여서 통일의 기반이 된다고 봅니다. 강원도는 북한과 별도의 교류 창구를 갖고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습니다. 박물관이나 평화생명동산 평화산업단지도 만들자고 제안해서 추진 중입니다. "
▼동계올림픽 유치 세 번째 도전이죠.
"두 번 실패했지요. 실패의 원인을 곰곰 생각했는데 간단합니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들의 표심을 얻는 데 힘이 부쳤기 때문입니다. 2010년 대회에서는 밴쿠버라는 강적을 만났어요. 그때만 해도 평창을 평양으로 착각할 정도로 한국과 평창에 대한 인식은 깜깜한 절벽 수준이었어요. 거의 무명인 상태로 나가 56 대 53,3표차로 졌어요. 2014년 동계올림픽은 지명도도 높아졌고 평가도 잘받았는데 한국이 국제대회를 독식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 것과 경쟁국인 러시아와 푸틴이라는 막강한 외교 변수가 등장했어요. IOC는 정부의 지원을 요구해요. 동계올림픽은 강원도 발전의 일대 전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8년 동계올림픽개최지는 2011년 결정하는데 그때까지 공동위원장을 맡아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후임 도지사가 선출되면 어찌될지 모르지만 백의종군해서라도 유치를 도울 작정입니다. "
▼11년 재임 기간 중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금강설악권은 국제관광자유지대로 지정했으면 합니다. 북측에도 그런 제안을 했어요. 내 · 외국인 모두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국제휴양지 개념이죠.북한에 개성공단이 있는 것처럼 남한에도 산업단지를 잘 만들어서 북측 근로자가 내려와 일할 수 있도록 하면 좋지 않을까요. 앞으로는 동해를 낀 환동해권을 주목해야 합니다. 남,북,일,러가 모두 동해안을 끼고 있어요. 지금은 각 나라에서 모두 뒤처진 지역들이지만 저는 거꾸로 황금의 6각 지역이라고 봐요. 1단계로 동해를 끼고 뱃길 또는 하늘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백두산 항로를 만든 것입니다. "
▼별명이 백결선생이라던데요
"찢어지게 가난했죠.옷을 하도 기워 입어서 그때 백결선생(신라시대 가난했던 거문고 명인)이라는 별명이 붙은 거예요. 아버지는 공장 노동자와 소작농을 하셨어요. 아버지 공장은 사흘이 멀다 하고 멈춰서서 월급을 제때 받은 적이 없어요. 그래서 지금은 닭사료로나 쓰는 밀기울을 겨우 구해서 죽도 만들어 먹고 떡처럼 쪄서 먹기도 했습니다. "
▼가장 잊혀지지 않는 순간은.
"당시 영동지방에서 가장 좋은 곳이 강릉상고 문과였는데 7등으로 합격했어요. 3등까지만 주는 장학금을 못 받으면서 고등학교 진학 자체를 포기하려고 했어요. 당시 담임 선생님은 고교 진학을 포기한 저보고 일하라면서 막 개장한 워커힐호텔의 직원으로 추천해줬어요. 저의 운명이 뒤바뀔 뻔한 순간이었지요. 그런데 중2 때부터 영어를 가르쳐준 이정순 선생님께서 학업을 포기하지 말라며 봉투를 주셨어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데 봉투 안에 2851원이 들어 있었어요. 월급의 절반 이상을 제자에게 준거죠.하지만 강릉상고의 입학전형이 이미 끝나서 북평고로 갔어요. 안그랬으면 호텔리어의 인생을 살았겠죠.(웃음)"
▼아내의 어떤 모습에 반했나요.
"천생연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고시 합격 후 연수를 받을 때 대둔산에 올라갔다가 지금의 아내를 만났어요. 그때 아내는 친구 2명과 놀러왔는데 같이 사진도 찍고 밥도 해먹었습니다. 우리 일행들에게 밥을 퍼주는 아내의 모습이 너무 예쁘게 보였어요. 대둔산에서 찍은 사진을 전해주면서 교제를 시작했죠.그렇게 6년 정도 연애한 뒤 어느날 춘천에 있는 공중전화로 '당신과 결혼해야 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내는 묵묵부답이었어요. 그래서 모 교수를 중간에 내세워 연결을 부탁했습니다. 결국 연애 반 중매 반인 셈이 됐죠."
▼사진 블로그도 있던데요.
"1991년 강릉에서 관선시장할 때입니다. 단오 장터에 갔더니 웬 연세 드신 분이 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사진을 찍어요. 문화공보부 장관을 지냈던 윤주영씨였어요. 장관직에서 물러나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다는데 그렇게 보기가 좋았어요. 저는 소를 주제로 찍어요. 어릴 적 소한테 여물을 먹이기도 했는데 당시 소는 한식구였죠.카메라 렌즈를 통해 보니 소 얼굴이 천태만상이에요. 소를 찍다가 대화를 하기도 합니다. 우연인지 이번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공동유치위원장으로 함께 선임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사진 애호가라고 들었습니다. "
▼복지행정에 관심이 많다면서요.
"아이들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아들 하나 딸 둘입니다. 모두 5년 터울인데 아들인 첫애가 어려서 다운증후군 선고를 받았어요. 황달이 좀 오래 간다 싶었는데….병원을 나오는데 정말 하늘이 노랗게 보이더군요. 특수학교를 가도 소용이 없어서 특수시설에 보냈어요. 가족 모두가 고통이 컸습니다. 10여년간은 대를 이어야 한다는 등 자식에 대한 애착도 컸어요. 그러나 이것도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다 초월했습니다. 특별히 복지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었죠.도내 장애인들이나 저소득층은 그런 점에서 저하고 마음으로 대화를 합니다. "
▼재테크 점수를 매긴다면.
"재테크에는 하수입니다. 군수 때까지도 집 없이 전세로 전전했어요. 내무부 과장 시절 서초동에 공무원 조합아파트를 구입한 게 첫 내집 마련이었습니다. 지금은 그걸 팔고 분당으로 늘려서 갔는데 그게 가진 부동산 전부입니다. 재테크는 신경도 안 썼고,공직자가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부부가 다 능력도 없었고,땅을 사본 적도,주식을 해본 적도 없습니다. "
▼테니스가 수준급이라면서요
"테니스는 매일 칩니다. 출장가는 날과 해외 나가는 날을 빼고는 다 하죠. 새벽 5시께 일어나서 명상을 하다 테니스장 가서 한 게임을 상당히 과격하게 칩니다. 동아리 멤버들과 치는데 다들 수준이 상당해요. "
▼다시 태어나 다른 길을 간다면.
"역사학자나 인류학자 고고학자가 되고 싶어요. 지금도 역사서를 많이 읽습니다. 로마인 이야기도 열심히 읽었고,요즘은 반야심경 해설서를 다시 한번 더 읽고 있어요. 욕심을 안고 사회로 나가면 견디지 못할 것 같아 마음을 비우고 있는 중이지요. 반야심경은 공(空)의 철학입니다. "
글=김병일/사진=정동헌 기자 kbi@hankyung.com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출생:1946년 강원 동해
학교:북평고,동국대
경력:행시 15회,서울팝스오케스트라 후원회장,중국 런민(人民)대 객좌교수,32 · 33 · 34대 강원도지사
좌우명:심지기위의(心之起爲意 · 마음이 일면 뜻이 된다)
애창곡:만남(노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