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15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마련된 르노자동차 전시장을 찾았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의 신차발표회 연설을 듣기 위해서였다. 정 부회장은 발표가 끝나자 곤 회장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는 "매년 1월 다보스 포럼에서 만나 잘 아는 사이"라며 "(닛산을 되살린) 곤 회장은 하나의 상징적인 아이콘"이라고 치켜세웠다.

지난달 21일 기아차 사장에서 현대차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정 부회장은 이날 현대차 발표회를 주도하며 국제 무대에 데뷔했다. 정 부회장은 500여 명의 취재진 앞에서 유창한 영어로 "현대차는 위기를 극복하고,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며 "우리의 목표는 자동차 산업의 친환경 리더가 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정 부회장은 폐장 시간까지 총 11개의 전시장을 빠짐없이 둘러보는 강행군을 했다. 그가 관심있게 본 브랜드는 메르세데스 벤츠와 아우디,포르셰,BMW 등 프리미엄 차량이다. 관람 도중 "하이브리드카보다 전기차가 더 많은 것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최근 몸무게를 6㎏ 줄였다는 정 부회장은 한국 기자들과 점심 도시락을 나눠 먹으며 소형차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그는 "소형차의 미래가 밝은 편이지만 수익성이 높지 않은 게 문제"라며 "결국 판매량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요즘 자동차 회사들이 소비자의 욕구를 좇아가지 못한다"며 "영화에서도 미래형 차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미 답은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 문제와 관련,정 부회장은 "노사 관계는 집안일"이라며 "항상 잘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기아차의 글로벌 성장을 진두지휘했던 그는 "기아차가 디자인과 성능 면에서 앞으로 보여줄 게 많다"며 "내년 10월 파리 모터쇼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앞으로 어떤 브랜드가 많이 성장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현대 · 기아차도 꽤 잘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과 현실의 차이를 없애는 게 가장 큰 과제"라며 "브랜드는 판매 네트워크를 통해 강해지기 때문에 협력사 및 딜러와의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독일)=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