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경쟁력을 높여라-경기] 강남까지 18분…뻥뚫린 동탄신도시 GTX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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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오늘도 3면을 못 넘기네." 불만에 가득찬 김지영 대리의 입이 5㎝나 나왔다. 좌석에 앉아 신문을 펼쳐 들긴 했는데 깜빡 조는 사이 10여분이 지난 것. GTX가 직장이 있는 강남역에 도착해 버려 직장에서 눈치 봐가며 신문을 읽을 일이 걱정이다. 동탄신도시역에서 삼성역까지 18분. 번개같이 지나가버리는 이 알토란 같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어제와 똑같은 고민을 되풀이하는 자신에게 화가 났지만 애써 미소를 지어본다. 버스 안에서만 1시간20분이 족히 넘게 걸리는 출퇴근길, 자리를 먼저 잡기 위해 새치기를 일삼던 수도권 광역버스…. GTX개통 이전에도 이런 일들로 인해 짜증으로 하루를 시작한 그녀지만 현재의 고민은 질적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먼 훗날의 가상 시나리오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광역교통개선대책이 현실화되면 경기도민들도 조만간 김 대리처럼 행복한 고민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을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경기도 남부 거점지역과 서울은 20~30분대에 오갈 수 있다. 특히 서울 강남지역~동탄2신도시 지역 간 광역급행철도 사업이 확정되면서 속도는 더 빨라지게 됐다. 이는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건설계획을 정부 차원에서 최초로 공식화한 것. 경기도의 수도권 교통난 해결 구상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제2외곽순환고속도로와 제2경부고속도로도 함께 건설되면 기존 남북 간선망의 교통수요를 분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국 광역도로망과의 접근성도 좋아질 전망이다. 이번 대책에 1조원 규모의 사업비가 반영됐다. 경기도가 국토부에 제안한 GTX건설 사업의 재원마련에도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건설완료 시점은 2015년. 최민성 경기도 GTX추진기획단장은 "철도 부문에 동탄2 신도시~강남간 광역고속철도를 공문화한 것은 GTX 사업의 시발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GTX네트워크에 효시가 되는 사업으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강남~동탄간 GTX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현재 타당성 용역 작업이 진행 중이며 11월께 결과가 나온다.
경기도가 애초 제안한 GTX는 일산 킨텍스~동탄 간 74.8㎞,인천 송도~청량리 간 49.9㎞,의정부~금정 49.3㎞ 등 3개 노선 총 174㎞다. 2012년 착공해 2016년 개통을 목표로 삼았다. 이번에 발표된 동탄 구간은 일산 킨텍스~동탄 구간 중 강남~동탄 노선이다.
3개 노선은 서울과 경기지역을 3개축으로 가로지르며, 수도권을 사통발달로 잇는다. 이 중 킨텍스~동탄 노선은 경기 서북부와 동남부를 가로지르며 동탄신도시,강남지역,서울도심권,일산 킨텍스를 연결해 경부축과 경의축의 만성적 교통난을 해결할 수 있다. 인천 송도~청량리 노선은 인천경제자유구역,인천도심,경인축,여의도,서울도심,청량리를 연결한다. 의정부~금정 노선은 금정,과천,강남권,청량리,의정부를 관통한다. 이처럼 GTX 3개 노선이 운행되면 2016년부터 서울과 수도권 전체는 1시간 생활권에 들어오게 된다.
사실 '뻥 뚫린 경기도'는 동탄 광교 등 신도시를 비롯해 수도권을 교통지옥에서 구제해 주민들의 삶을 바꾸는 교통혁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반도 횡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잇는 '철의 실크로드' 구상을 실현시킬 최적임자가 바로 서울과 수도권을 단번에 관통하는 GTX이기 때문이다.
GTX는 지하철보다 더 깊은 지하 40~50m 구간에 건설되는 급행철도다. 최고속도 시속 160~200㎞, 정류장 정지 속도를 포함한 평균속도는 시속 100㎞로 달린다. 기존 전철보다 3배 이상 빠르게 서울과 수도권 광역 거점 지역을 이어준다. 깊은 지하인 만큼 직선 코스의 최단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그만큼 건설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GTX의 벤치마킹 모델은 대부분 땅속 70m 아래에 건설된 러시아 모스크바 지하철과 모두 5개 노선으로 도심과 근교를 연결하는 프랑스 파리의 광역급행열차 에르에르(RER)다.
이한준 경기도시공사 사장은 "GTX역을 우리 지역에 해달라는 등의 요구와 민원은 있어도 GTX를 짓지 말라는 목소리는 없다"고 말했다.
수원=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