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살아나자 영업점을 늘리는 증권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고액 자산가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권에서는 고객의 자산 운용을 맡는 PB(프라이빗뱅커)들에 대한 '스카우트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1년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잔뜩 몸을 사렸지만 본격적인 경기회복기를 겨냥해 영업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은 연내 강남지역에 2~3개 이상의 자산관리센터를 추가 오픈하기로 결정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강남3구와 강동을 합친 지점 수가 17개로 다른 대형 증권사보다 적은 것 아니냐는 자체 판단에 따라 이 지역 내 영업력을 보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강남3구에는 우리투자증권이 34개,동양종금이 27개,미래에셋증권이 25개,삼성증권이 22개 지점을 갖고 있다.

HMC투자증권도 이달 말 강남 테헤란로에 '강남 자산관리센터(가칭)'를 열 계획이다. 역시 'VVIP'(고액자산가)들을 겨냥한 영업점으로 규모와 시설면에서 기존 매장과 차별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신흥증권(17개 점포)을 인수한 HMC투자증권은 지점수를 30개까지 늘리며 공격적으로 영업망 확장에 나서고 있다.

또 신설사인 IBK투자증권은 지난달 말 강남구 삼성동점을 연 데 이어 다음 달 초에는 광화문점을 오픈한다. 1년 사이에 총 21개 지점을 연 이 증권사의 경우 8개 지점이 서울 강남권에 포진해 있다.

이 증권사 김기연 영업팀장은 "먼저 강남의 기업과 직장인들을 주요 고객으로 공략한 후 6대 광역시 등 돈이 몰리는 곳으로 순차적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며 "중소기업을 위한 기업금융(IB)과 개인자산관리 부문을 동반 육성해 시너지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한국투자증권은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올해 안에 3~4개 영업점을 더 낼 예정이며,신한금융투자는 폐쇄했던 부천점을 내년 1월 다시 오픈할 방침이다. 지난 7월 파주 교하신도시와 경남 양산 등에 지점을 낸 동양종금증권도 현재 163개로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하고 있지만 CMA(종합자산관리계좌)에 새로 가입하려는 고객의 추이를 지켜보며 신규점을 추가할 계획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는 미래에셋 유진 한화 등이 일부 지점을 통폐합했는데 최근에는 경기회복 조짐이 확연하고 증시에 관심이 쏠리면서 신규점 개설에 투자하는 증권사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지역에 위치한 S증권사의 한 PB팀장은 "최근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회사를 옮기는 강남권 PB들이 늘어났다"며 "증권사에 은행까지 가세하면서 PB 수요가 증가한 상태"라고 귀띔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07년 말 1667개였던 국내 증권사 지점수는 2008년 말 1772개로 증가했다가 올해는 상반기 증권사들의 구조조정 여파로 7월 말 기준 1751개로 소폭 감소했다.

문혜정/강현우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