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서든 살려서든(dead or alive) 반드시 잡아오라."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2001년 9 · 11테러 직후 그 배후인 오사마 빈 라덴을 심판하겠다며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도 '테러와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빈 라덴은 오늘도 공포의 대상이고,행방은 묘연하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축출됐던 탈레반은 다시 세력을 아프간 전역으로 확장하고 있고,2003년 전쟁이 발발한 이라크는 미군이 주요 도시에서 철수한 뒤에도 지속적으로 폭탄테러가 일어나는 등 안정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전선의 축을 이동하면서 전쟁은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이다.

사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3월 대외정책에서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는 '스마트 외교'를 표방하며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폐기하고 해외비상작전(OCO)이란 단어로 교체했다. 또 미국의 최우선 목표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알카에다의 격멸이라고 규정한 아프팍(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합성어) 전략을 발표했다.

미국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알카에다는 전 세계 지역 조직과의 연계를 통해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로버트 뮬러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9일 "알카에다는 아직도 해외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치명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8년간 알카에다는 지도부와 조직원들이 대거 체포 혹은 사살되는 등 타격을 입었지만 최근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시아에서 지역 테러조직 형태로 분화돼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빈곤과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중동의 예멘과 아프리카의 소말리아에서는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와 손잡고 알카에다가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예멘에서는 올 들어 미국 대사관과 한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폭탄 공격이 발생했는데 배후가 알카에다로 알려지고 있다. 주요 도시에서 미군이 철수한 이라크에서는 지난 8월에만 폭탄테러로 14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지역에서는 '알카에다 마그레브 지부(AQIM)'가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AQIM은 1998년 결성된 알제리 반군단체 사라피스트그룹이 2007년 1월 알카에다와 연계를 강화하면서 이름을 바꾼 조직이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선 알카에다의 영향을 받는 '제마 이슬라미야(JI)'가 테러를 주도하고 있다.

아프간전은 제2의 베트남전이라는 수렁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축출된 것으로 알려졌던 탈레반은 8년 만에 사실상 아프가니스탄 전역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