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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여록] 기업들의 이상한 채용인원 算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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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SK에 이어 LG와 현대 · 기아자동차가 연초 계획보다 채용인원을 20~30%가량 늘려잡았다는 발표가 잇따르면서 "4대그룹이 사상 최악의 상황에 빠진 채용시장에서 단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이들 그룹이 고용을 통한 경제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주요 기업들이 발표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채용인원을 따지는 산법(算法)이 예년과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그룹의 채용 발표자료를 보면 '대졸 신규 인력'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대졸 신입사원'의 다른 표현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신입과 경력직 채용인원을 합했다는 뜻이다. A그룹 전자 계열사들은 예년의 두 배가 넘는 400~500명가량의 경력직을 하반기 중 선발할 예정이다. 이를 감안하면 순수 대졸 신입사원 채용인원은 발표한 수치만큼 늘어나지 않는다.

    얼마만큼 채용인원을 확대했는지를 비교하는 근거인 '연초 계획'이라는 말도 올 들어 집중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4대그룹 중 3곳이 보도자료에서 이 표현을 사용했다.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정권 출범 첫해였던 지난해 워낙 채용을 많이 해 작년보다 사람을 더 뽑는 게 쉽지 않다"며 "경기침체가 한창이던 연초 계획과 비교해야 기업들이 채용을 위해 애를 쓰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년에는 아예 자료를 내지 않았던 현장 기능직 채용인원도 슬그머니 발표자료 속으로 들어왔다. 생산직 기능인력은 대개 개별 공장에서 인원이 필요할 때마다 부정기적으로 선발한다. 대부분 그룹사가 현장 기능직 인력 채용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던 것도 사전에 계획을 세우기 어려워서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생산직도 철저한 계획 하에 선발이 이뤄지고 있다.

    새로운 '채용 산법'이 등장한 배경에는 기업들의 '일자리 스트레스'가 있다. 정부의 '일자리 만들기' 드라이브와 코드를 맞추려다보니 생겨나는 현상이다. 정부 관계자들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면 일자리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는 평범한 진리를 한 번 더 곱씹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송형석 산업부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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