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600선을 오르내리는 지루한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외국인이 그간 상승장에서 소외됐었던 통신ㆍ항공ㆍ비철금속ㆍ자전거 업종 내 종목을 대거 편입하며 이들 종목 주가를 끌어 올리고 있다.

반면 지수 상승을 주도해왔던 대형 IT와 자동차 등은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쿼드러플 위칭데이)을 하루 앞두고 부진한 모습이다.

◆기관ㆍ외국인 동반 매도에 발목 잡힌 ITㆍ자동차

9일 오후 1시 29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그간 상승을 주도했던 자동차 및 IT 업종의 우량 '블루칩'의 부진 속에 전날보다 15.14포인트(0.93%) 하락한 1604.55를 기록중이다.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을 앞두고 프로그램 매물이 그간 많이 올랐던 '블루칩' 중심으로 많이 나오고 있고, 차익실현 매물까지 더해지면서 지수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500억원 가량 순매수 하고 있는 외국인이 운수장비와 IT 업종은 각각 324억원과 197억원씩 '팔자'에 나서며 기관과 함께 동반 매도하고 있어 관련주는 급락세다.

여기에 최근 테마를 형성했던 LED(발광다이오드)와 백신 관련주 등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통신ㆍ항공ㆍ비철금속ㆍ자전거 상승…外人 '사자'

반면 시장 소외주들은 선전하고 있다. 이동통신주가 대표적이다.

같은 시각 SK텔레콤LG텔레콤은 전날보다 각각 1.51%와 4.22% 오른 16만8500원과 7900원에 거래되며 오랜만에 동반 상승하고 있다. 현재까지 외국인은 SK텔레콤 6만여주, LG텔레콤은 81만여주씩 사들이며 이들 종목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과도한 마케팅 경쟁과 정부의 이동통신 요금 인하 방침 등의 악재 탓에 작년 11월 '리먼 사태' 때보다 주가가 더 낮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마케팅 경쟁이 완화되면서 우려감이 다소 가라앉는 모습이다. 이달 들어 8일까지 일평균 번호이동 가입자수는 8352명에 불과하다. 가입자 유치가 극에 달했던 지난 7월 일평균 2만8746명이 번호이동을 했던 것과 견주면 71%나 감소한 것.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는 이동통신 업체들의 가입자 유치 경쟁이 완화돼 수익성이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악재를 감안해도 주가가 너무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용재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속적으로 투자를 독려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일괄적으로 요금인하 정책을 시행하기 힘들 것"이라며 "저소득층 위주의 요금감면 혜택이나 선불 요금제 등으로 정부와 이동통신사 간에 절충점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특히 SK텔레콤의 경우 연말 배당수익률이 5%를 넘어설 것으로 보여 2004년 이후 주가가 가장 낮은 지금이 매수 적기"라고 진단했다.

기름값 상승과 원화 가치 하락, 여기에 신종플루 확산까지 악재란 악재는 모두 겪은 대한항공 또한 최근 환율이 우호적으로 변하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시각 현재 대한항공 주가는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가며 전날보다 4.08% 오른 4만3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열흘간 외국인은 단 하루를 제외하고는 연일 '사자'에 나섰다. 이날도 UBS 등 외국계 창구를 통해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신민석 대우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인천공항의 지리적 장점으로 태평양 노선(아시아-미국)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중국의 높은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태평양 노선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여 관련 수혜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신 연구원은 또 "우즈베키스탄 나보이 공항을 거점으로 구주노선 서비스를 강화할 경우 현재 1위인 국제 화물 부문에서 태평양 노선과 더불어 구주노선 경쟁력도 향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연, 금, 연 등 비철금속이 오르자 고려아연풍산에도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이 덕에 이날 현재 고려아연은 8.64%, 풍산은 5,9% 상승하고 있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6~8월 아연가격 평균이 1652달러를 기록해 2분기 1450달러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며 고려아연의 제련가격 수수료 수익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고려아연의 목표주가를 20만원으로 올리고 '매수' 투자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아직 세계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보긴 어려운 회복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생산활동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아연과 연의 수요는 철강과 자동차의 생산량 증가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풍산의 경우 구리가격이 오를수록 수익이 좋아지는데, 최근 구리가격이 상승세여서 주가 또한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이밖에 삼천리자전거와 참좋은레져도 최근 연일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각각 3,8%와 4,76%의 강세를 기록, 다시 한번 '자전거 테마'를 형성하려는 분위기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자동차, 일부 IT 등 그간 많이 올랐던 종목에 가격 부담을 느끼고 일부 차익실현 매물을 내놓고 있다"면서 "대안으로 비철금속 등 산업재 관련 업체 주식과 정유주, 통신주 등을 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