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노조가 어제 조합원 총회를 열고 73%의 압도적 찬성률로 민노총 탈퇴를 전격 결의했다. 쌍용차는 최근 격렬한 노사분규로 홍역을 치른 업체일 뿐 아니라 완성차노조로서는 처음으로 민노총을 탈퇴한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쌍용차노조가 민노총 탈퇴를 선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한마디로 민노총이 노조와 조합원들의 권익 보호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얼마전 조합원 정리해고 문제를 둘러싼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공장이 난장판이 되고 공권력까지 동원되는 사태가 빚어졌지만 결국은 엄청난 피해만 남기고 회사와 노조 모두 패자(敗者)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법정관리 상태에 처해 있는 회사로서는 치명적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민노총은 노사간 갈등과 대립만 부추겼을 뿐 실질적 도움은 아무 것도 주지 못했다.

쌍용차는 지금 경영 정상화를 이루는 것 만큼 시급한 게 없다. 노사가 똘똘 뭉쳐 한 대라도 더 만들어 내고, 더 팔아야 한다. 그래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말까 하는 게 회사가 처해 있는 현실이다. 경영 정상화가 불투명하면 은행으로부터의 자금지원이나 회사매각 또한 기대하기 힘들 것은 당연한 이치다. 자칫하다간 현재 있는 일자리마저 모두 사라져 버리게 된다는 이야기에 다름아니다. 그러니 노조로서도 민노총 탈퇴를 통해 과격투쟁을 피하는 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있을 수 없는 셈이다.

민노총 입장에서는 쌍용차노조의 탈퇴로 인해 또다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그렇지 않아도 산하 IT연맹의 중심축이었던 KT노조를 비롯 인천지하철노조 서울도시철도노조 영진약품노조 등 올 들어 산하를 떠난 곳만도 10여개에 이른다. 그런데 조직의 중심세력이라 할 수 있는 완성차노조마저 일각이 무너져 내렸으니 위기감이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민노총은 이제라도 각성하지 않으면 안된다. 왜 일선노조들로부터 버림을 받고 있는지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면서 일반조합원들도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운동노선을 시급히 정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