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최고위원이 한나라당 새 대표를 맡게 되면서 당 · 정 · 청이 '정(鄭)트로이카'체제를 맞게 됐다.

정 신임 대표와 함께 정부에서 정운찬 총리 내정자,청와대에선 정정길 대통령 실장이 당 · 정 · 청을 이끄는 '삼두마차'시대를 열게 되면서 세 사람 간 얽히고 설킨 특별한 인연이 눈길을 끈다. 집권 중반기에 들어선 이명박 정부의 명운을 가르는 요소가 이들의 소통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 대표,정 내정자와 뉴욕서 6개월 교류

정몽준 대표와 정운찬 내정자는 서울대 경제학과 선 · 후배 사이다. 정 내정자가 66학번으로 70학번인 정 대표보다 4년 선배다. 이후 1970년대 후반엔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인연을 이었다. 정 내정자는 교수로 재직했고 정 대표는 유학 중이었다. 두 사람은 이 시기에 매주 만나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의 한 측근은 "두 사람이 컬럼비아대에 6개월 정도 같이 있어 잘 안다"며 "이후로도 평소 자주 식사하는 등 어울려 지내온 사이"라고 전했다. 둘다 스포츠 마니아라는 공통점도 있다. 축구에 정 대표가 있다면 야구에는 정 내정자가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흥미로운 것은 두 사람이 향후 대선을 앞두고 미묘한 경쟁구도를 그릴 수 있다는 점이다. 두 사람 모두 총리와 여당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차기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검증받게 된다. 한나라당 내에선 "지금까지는 두 사람의 관계가 나쁠 일이 없었겠지만 이제부턴 경쟁구도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소통 조타수 역할 기대

정정길 실장은 정 내정자와 정 대표 두 사람 모두와 두터운 인연을 맺고 있다. 정 실장은 1980년부터 23년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를 지내면서 경제학과 교수였던 정 내정자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이 울산대 총장으로, 정 내정자가 서울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2004년엔 두 대학이 학술교류협정을 맺기도 했다.

정 실장은 이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정 내정자를 발탁하는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정 내정자가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을 실천할 수 있는 적임자라며 적극 다리를 놓은 사람이 바로 정 실장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정 실장은 삼고초려로 정 내정자를 어렵게 설득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 실장과 정 대표와의 관계도 각별하다. 정 실장은 2003년부터 지난해 대통령 실장이 되기 전까지 5년간 울산대 총장을 지냈다. 울산대 이사장이 바로 정 대표다. 정 실장이 1994~1996년 서울대 행정대학원장 재직 시 자신이 맡은 프로그램에 정 대표를 특별강사로 초빙하면서 첫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정 실장이 대통령 실장으로 기용될 때 정 대표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설도 있다.

정 실장이 정 내정자,정 대표 모두와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국정 현안과 관련해 두 사람 사이에서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홍영식/이준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