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투자자 대상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인 '랩어카운트'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펀드 환매는 이어지지만,랩어카운트엔 계속해서 돈이 몰리고 있다. 주식형펀드가 주식투자 비중이 90% 안팎에 달해 증시 급변동 위험에 노출된데 비해 랩어카운트는 이 비중을 제로(0)에서 100%까지 자유롭게 조절하면서 시장 상황에 대처하기 때문에 불확실한 증시 상황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랩어카운트를 선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일임형 랩어카운트 계약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11조8446억원에서 올 7월 말엔 17조8998억원으로 급증했다. 계약 건수도 51만9196건에서 52만5259건으로 불어났다. 협회 관계자는 "일임형 랩어카운트 영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4년만 해도 계약자산이 3조8000억원(계약 건수 12만건)에 불과했다"며 "특히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펀드에 비해 여러 장점이 있는 랩어카운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랩어카운트는 '포장하다'란 뜻의 랩(Wrap)과 '계좌'를 의미하는 어카운트(Account)를 합친 말이다. 한 계좌로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원자재 등 여러 자산에 투자한다는 뜻이다. 지금은 주식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주식랩'이 가장 흔한 형태다.

주식랩은 주식형펀드와 달리 주식편입 비중에 특별한 제한이 없다. 증시 약세가 예상되면 주식을 모두 팔아 현금이나 채권만 보유할 수도 있다. 그만큼 하락장에서 손실을 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주가가 빠지면 달리 방법이 없는 펀드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랩어카운트를 선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배준영 미래에셋증권 랩마케팅팀장은 "지난 2월 선보인 '어드밴티지 랩어카운트'는 주식편입 비중을 50% 아래로 줄이는 대신 환매조건부채권(RP) 등에 투자해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는 게 입소문이 나면서 최소 가입금액이 2억원인 데도 불구하고 한 투자자가 2개 계좌를 만드는 경우도 잇따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이보경 삼성증권 포트폴리오운용파트장은 "원자재 투자 비중을 조절해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는 랩어카운트 상품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증권사들은 랩어카운트 사업을 키우기 위해 채권 전문가와 펀드투자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상품을 더욱 다양화하는 노력을 벌이고 있다. 최호영 우리투자증권 랩운용부장은 "호주 영국 등에선 랩어카운트가 개인 자산 관리를 위한 허브계좌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랩어카운트를 통해 보다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식랩의 경우 적은 수의 종목에 투자가 집중된다는 점에서 주식형펀드에 비해 오히려 더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식형펀드는 대개 50개 이상의 종목에 투자하는 데 비해 주식랩은 고수익을 위해 일부 종목에 집중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

◆랩어카운트=한 계좌로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증권사의 고액투자자 대상 자산관리 서비스다. 공모펀드와 달리 개인별로 계좌를 따로 만들어 '맞춤형'으로 관리해준다. 대개 최소가입금액 제한이 있으며 최근에는 하한선이 1000만원 안팎까지 내려왔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자신의 돈이 어디에 투자되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