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 내정자는 1948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한국은행에 근무하다 미국 유학을 떠나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8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래 30년 넘게 상아탑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연구활동과 함께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과 대안 제시,다양한 저술활동을 병행하면서 지명도를 쌓았다.

그는 한국금융학회 회장 · 한국경제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2002년 서울대 총장에 올랐다.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한국은행 총재 제안을 받았으나 고사했다. '거시경제학'과 '화폐금융론'을 썼으며 조순 전 서울시장과 함께 펴낸 '경제학원론'은 경제학도들의 필독서가 돼 왔다.

2007년 4월 대선 출마 포기 선언을 하기 전까지 그는 유력한 대통령 예비후보였다. 특기가 '물망에 오르는 것'이고 취미가 '고사하는 것'이라고 할 만큼 여러 정권에서 총리,인수위원장,한국은행 총재,교육부총리,선대위원장,비례대표 1번 등에 거명됐을 뿐 아니라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20인' 명단에 빠짐없이 이름이 올라왔다.

정 내정자는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정 내정자 스스로 "나만큼 친구가 많은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단순한 마당발이라기보다는 한번 맺은 인연을 깊고 길게 가져가는 스타일이라는 평이다.

경제학자인 만큼 경제 · 금융 관련 분야에서 지인이 많다. 가장 대표적 인물이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다. 특히 '이헌재 사단'이라고 불리는 경제관료들과는 끈끈한 개인적 인연을 맺고 있다. 제자인 이성규 하나금융지주 전략담당 부사장(CSO),서근우 하나금융지주 경영지원 부사장과 첫 여성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출신인 이성남 민주당 의원 등이 이 그룹에 속한다.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은 정 내정자가 "언제나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사이"다.

한덕수 주미대사는 대학시절 기숙사 옆방을 썼던 사이다. 김정태 서강대 교수(전 국민은행장)와도 친분이 두텁고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고교 후배다. 민유성 산업은행 총재와도 거리낌없이 소통하는 사이다. 야구광이자 두산 베어스의 팬인 정 내정자는 김경문 두산 감독과도 인연이 깊고 신필열 전 대한육상연맹 회장과는 친구다. 가수 조영남씨와도 허물없이 지낸다. 법조계에서는 세종법무법인 이종구 변호사와 친분이 깊다.

정 내정자를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두 사람이 있다. 정 내정자가 생부와 자신을 친아들로 입적시킨 숙부,경기고 시절 학업을 뒷받침해준 독립운동가 프랭크 스코필드 박사에 이어 '네 번째 아버지'라고 부르는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와 '일생의 은인'이라 칭하는 김종인 전 민주당 의원이다. 조 명예교수는 가난한 집안 형편상 졸업 후 한국은행에 취업한 정 내정자에게 유학을 권한 학문적 아버지다. 김 의원은 1986년 전두환 정권 때 직선제 개헌 투쟁을 주도해 해직 위기에 처해 있던 정 전 총장을 구명해줬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