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개각] 정운찬 총리 내정자는…정권마다 쓴소리
서울대 교수 부임 후 30년 상아탑 지켜
그는 한국금융학회 회장 · 한국경제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2002년 서울대 총장에 올랐다.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한국은행 총재 제안을 받았으나 고사했다. '거시경제학'과 '화폐금융론'을 썼으며 조순 전 서울시장과 함께 펴낸 '경제학원론'은 경제학도들의 필독서가 돼 왔다.
2007년 4월 대선 출마 포기 선언을 하기 전까지 그는 유력한 대통령 예비후보였다. 특기가 '물망에 오르는 것'이고 취미가 '고사하는 것'이라고 할 만큼 여러 정권에서 총리,인수위원장,한국은행 총재,교육부총리,선대위원장,비례대표 1번 등에 거명됐을 뿐 아니라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20인' 명단에 빠짐없이 이름이 올라왔다.
정 내정자는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정 내정자 스스로 "나만큼 친구가 많은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단순한 마당발이라기보다는 한번 맺은 인연을 깊고 길게 가져가는 스타일이라는 평이다.
경제학자인 만큼 경제 · 금융 관련 분야에서 지인이 많다. 가장 대표적 인물이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다. 특히 '이헌재 사단'이라고 불리는 경제관료들과는 끈끈한 개인적 인연을 맺고 있다. 제자인 이성규 하나금융지주 전략담당 부사장(CSO),서근우 하나금융지주 경영지원 부사장과 첫 여성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출신인 이성남 민주당 의원 등이 이 그룹에 속한다.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은 정 내정자가 "언제나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사이"다.
한덕수 주미대사는 대학시절 기숙사 옆방을 썼던 사이다. 김정태 서강대 교수(전 국민은행장)와도 친분이 두텁고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고교 후배다. 민유성 산업은행 총재와도 거리낌없이 소통하는 사이다. 야구광이자 두산 베어스의 팬인 정 내정자는 김경문 두산 감독과도 인연이 깊고 신필열 전 대한육상연맹 회장과는 친구다. 가수 조영남씨와도 허물없이 지낸다. 법조계에서는 세종법무법인 이종구 변호사와 친분이 깊다.
정 내정자를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두 사람이 있다. 정 내정자가 생부와 자신을 친아들로 입적시킨 숙부,경기고 시절 학업을 뒷받침해준 독립운동가 프랭크 스코필드 박사에 이어 '네 번째 아버지'라고 부르는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와 '일생의 은인'이라 칭하는 김종인 전 민주당 의원이다. 조 명예교수는 가난한 집안 형편상 졸업 후 한국은행에 취업한 정 내정자에게 유학을 권한 학문적 아버지다. 김 의원은 1986년 전두환 정권 때 직선제 개헌 투쟁을 주도해 해직 위기에 처해 있던 정 전 총장을 구명해줬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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