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급 공연이 한자리에서 열린다. 오는 4일 개막돼 11월4일까지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과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리는 '2009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을 통해서다.

올해로 3회째인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은 한국의 국립극장(극장장 임연철)이 주도하는 국가 차원의 문화예술 교류 축제로 국내 최장기,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번 축제에는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이탈리아,벨기에,러시아,브라질,노르웨이,대만,필리핀 등 9개국 26개 작품이 참가한다. 영미문화권과 북유럽,아시아 지역의 공연예술을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민간 단체가 아닌 국립 단체의 대표 공연만을 초청하기 때문에 참가작의 수준도 높은 편이다.


◆문화외교의 모델 제시

올해 이 축제의 예산은 7억여원.9개국 25개 작품이 참가하는 대규모 축제를 이런 저예산으로 어떻게 치를 수 있을까. 이 페스티벌은 1회 때부터 '문화 교류'차원에서 출발했다. 국립극장이 2006년 영어자막을 도입하자 각국의 외교 인사들이 극장을 찾았고,자연스럽게 해외 대사관들과 인연이 깊어졌다. 저예산으로 축제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것도 '외교적 관점'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해당 국가의 대사관이나 문화원이 초청 비용의 대부분을 부담하고,국립극장 측은 무대와 숙박 정도만 제공한다. 일부러 2006년 한 · 프랑스 수교 120주년,2007년 한 · 중국 수교 15주년,2008년 한 · 태국 수교 50주년,2009년 한 · 브라질 수교 50주년,한 · 필리핀 60주년 등에 맞춰 양국이 준비한 문화행사를 페스티벌 안에 적극 유치했다. 무엇보다 큰 수확은 해외 단체를 초청할 뿐 아니라 한국의 국립 단체 역시 해외 초청 공연을 펼치는 '핑퐁 문화외교'가 가능해 졌다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해외 작품들

올해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은 연극과 무용뿐 아니라 오케스트라,음악극 등으로 장르를 넓혔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개막작인 대만 당대전기극장의 '태풍(The Tempest)'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국립극장의 '라 카뇨트(La Cagnotte)',러시아 국립 크렘린 발레단의 '에스메랄다(Esmeralda)',이탈리아 오페라 '투란도트' 등이다.

'태풍'은 대만 당대전기극장의 예술감독이자 2008년 베이징올림픽 공식 오페라 '진시황(연출 장이머우)'의 주역을 맡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 섰던 우싱꾸오가 제작을 하고,영화 '영웅본색''황비홍' 등을 만든 영화감독 서극이 연출한 현대식 경극이다. 셰익스피어가 경극으로 어떻게 재창조됐는가가 관람 포인트다.

'라 카뇨트'는 프랑스 시골 마을 출신 부르주아들이 카드놀이로 모은 돈으로 파리에서 멋진 하루를 보내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의 연극이다. 그 여정 안에서 이들은 오해를 빚고 우여곡절을 겪는데,좁은 무대 안에서 간단한 도구만으로 모든 상황을 묘사해내는 연출 기법이 볼거리다. 해오름극장의 1500객석을 포기하고 무대 위에 580여석의 객석을 새롭게 설치한다.

러시아 크렘린 발레단의 발레 '에스메랄다'는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와 같은 빅토르 위고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했으며 전막 공연은 국내 처음이다.

◆한국이 내놓은 연극,창극,춤극

한국의 국립극장이 내놓을 작품은 연극 '세자매',창극 '적벽',춤극 '가야',국립관현악단의 '창작음악회' 등이다. '세자매'는 과거 국립극장이었던 명동예술극장 복원을 기념해 상연하며 오경택이 연출을 맡는다. '적벽'은 판소리 다섯마당 가운데 가장 남성적 소리라고 평가받는 '적벽가'를 창극화했다. 중국의 역사소설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적벽대전을 소재로 했다. 춤극 '가야'는 국립무용단의 간판 무용수들이 잊혀진 왕국 '가야'의 역사를 바탕으로 픽션을 가미해 서사극으로 연출했다.

국립극장은 올해부터 3년간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기간에 서울아트마켓을 공동 개최할 예정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