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탈환을 노리고 있는 두산 베어스 팬들의 가슴이 최근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불펜 투수진의 부진 때문이다. 상반기 고창성-임태훈-이재우-이용찬으로 이어지는 불펜투수 'KILL라인'의 눈부신 활약에 선두를 유지했던 두산이 하반기 들어 이들의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이처럼 경기 승패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불펜 투수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상반기에 고창성은 9홀드,평균자책점 2.1을 기록했고 임태훈은 10승을 따냈으며 이재우는 선발과 불펜을 넘나들며 3.29의 평균자책점을 찍었다. 신인왕 후보인 이용찬은 19세이브를 올렸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사정이 급변했다. 임태훈은 최근 3경기에 출전해 2와 3분의 1이닝 동안 5점이나 내줬다. 후반기 초반 부진해 2군으로 내려갔던 이재우는 28일 기아를 상대로 1군 복귀전에 나섰지만 2실점으로 강판당했고,이용찬은 최근 히어로즈 3연전에서 2경기 연속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해 세이브를 날린 '불론(blown)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최근 6경기에 마무리로 등판해 7실점을 기록했다. 선발투수만큼 불펜진이 중요해진 가운데 두산의 선두 경쟁은 더욱 험난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불펜(bull pen)은 원래 시합 중 계투진이 경기에 나가기 전 경기장 한켠에서 준비운동을 하는 곳을 의미한다. 투수 분업화가 정착되면서 불펜은 선발 투수를 제외한 계투진으로 의미가 확대됐다. 불펜의 보직은 다양하다. 일찍 강판된 선발 투수를 대신해 3이닝 이상 책임지는 '롱릴리프',특정 타자만 막는 '원포인트 릴리프',마무리 투수 직전에 등판하는 '셋업맨',경기를 틀어막는 '마무리 투수' 등.투수 자원이 풍부한 미국 메이저리그는 계투진 분업화가 뚜렷하다. 선발로 맹활약했던 박찬호(필라델피아)의 현재 보직은 셋업맨이다. 국내 프로야구는 예전에 비해 불펜이 많이 전문화됐지만 롱릴리프가 셋업맨까지 맡고,셋업맨이 경기를 마무리하는 일도 자주 벌어진다.

역대 국내야구의 최고 불펜 투수로는 김현욱(현 삼성코치)이 꼽힌다. 그는 1997년 구원승으로만 20승을 챙기며 그 해 다승왕에 올랐다. '면도날 컨트롤'로 불렸던 김용수(현 LG코치)는 국내 최다인 227세이브를 기록했다. 두 시즌 연속 4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오승환(삼성),2000년 홀드 1위와 2003년 세이브 1위를 차지한 조웅천(SK)도 국내 야구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불펜 투수들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