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내비게이션,디지털카메라,MP3플레이어 등 각종 IT기기들의 뒷모양 디자인이 강조되고 있다. 업체들이 세심한 여성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앞면뿐만 아니라 뒷면도 화려하게 디자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제품의 뒷모양을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한 마케팅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며 "반대쪽에서 봐도 어느 회사 제품인지 바로 알아볼 수 있도록 업체들이 뒤태 디자인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뒷모양이 예뻐지는 대표적 IT기기는 휴대폰이다. 삼성전자는 햅틱팝,햅틱 아몰레드,허니버블 등과 같은 휴대폰에 뒷면 디자인을 차별화했다. 시장에서 좋은 반응도 얻고 있다.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의 몸 동작을 새긴 배터리 커버를 내세운 '연아의 햅틱폰'은 역대 최단 기간(75일)에 판매량 50만대를 넘는 기록도 세웠다.

◆휴대폰,뒤태 마케팅이 대세

삼성전자는 탤런트 김현중씨와 인기 가수 손담비씨 등이 디자인에 참여한 새로운 '햅틱팝' 모델을 내놓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신입사원 입사기를 소재로 한 애니콜 홍보 영상인 햅틱 미션에서 김현중씨와 손담비씨가 직접 디자인한 배터리 커버를 신규 모델로 내놓은 것"이라며 "김현중 UFO폰,손담비 하트폰이란 애칭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김현중씨는 4차원이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UFO에서 착안한 서클(동그라미) 디자인을 선보였고,손담비씨는 배터리 커버를 하트로 디자인했다.

LG전자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휴대폰 디자인에 화려함을 살리는 한편,소재로 차별화하고 있다. 이 회사가 지난해 내놓은 시크릿폰은 휴대폰 뒷면을 격자 무늬를 입힌 탄소섬유로 처리했다. 뒤에서 휴대폰을 봤을 때도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토로라가 내놓은 '레이저 스퀘어드 럭셔리 에디션'은 뒷면을 뱀 가죽 무늬처럼 장식했다. 뒷면 가운데엔 18K 금으로 제작한 모토로라 전통의 '배트윙'(박쥐 날개) 로고를 넣어 분위기를 살렸다.

LG텔레콤이 일본 카시오와 제휴해 판매하고 있는 캔유 시리즈 휴대폰 가운데 '801Ex'는 뒷면에 카시오의 디지털 카메라 브랜드인 '엑슬림' 로고와 함께 515만 화소 카메라가 큼지막하게 장착돼 있다. 뒤에서 휴대폰을 바라보면 마치 디지털 카메라로 착각하기 쉬울 정도로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비게이션도 뒷모습이 예뻐야

내비게이션 전문업체인 파인디지털은 자동차 외부에서 바라볼 때 제품의 뒷면이 보이는 점을 고려해 뒤태 디자인을 강조한 내비게이션 '스타일'을 최근 내놨다. 이 제품은 제품 앞면과 뒷면에 각각 블랙과 화이트 컬러로 세련된 느낌을 살렸으며,거치대는 흰색으로 깔끔한 느낌을 준다.

내비게이션 뒷면 양 사이드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LED 조명을 부착해 야간에 운전할 때 화려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위험 지역을 운전할 때는 음향과 함께 빛이 깜박거려 소리를 작게 설정해도 경고 안내를 받을 수 있다. LED 조명의 색상은 화이트 오렌지 등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바꿀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여성 운전자가 늘어나면서 내비게이션도 기능 못지않게 디자인을 중요시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이제는 내비게이션의 뒷면도 투박한 모양보다는 유려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살리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카메라 역시 뒷모습 디자인이 강조되고 있는 추세다. 올림푸스가 최근 내놓은 복고풍 외관의 카메라 '펜(PEN)'은 시원한 액정이 장착된 뒷면 디자인을 위해 과감히 뷰파인더를 삭제했다. 펜은 옛날 필름 카메라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 곳곳에 무광택 금속 재질을 사용한 것도 특징이다. 제품 뒷면에 있는 원형 버튼과 휠 등도 고풍스러운 느낌을 준다.

◆뒤태 디자인,IT기기로 퍼진다

아이리버의 MP3플레이어 'E150'은 후면 상단에 스테레오 스피커를 장착해 다른 소형 멀티미디어 기기들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내장형 스피커로 우수한 음질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아이리버만의 차별화된 디자인 감각을 느낄 수 있게 뒷모습까지 섬세하게 고려했다. 이 제품은 곡선을 살린 접시형 디자인을 적용한 것도 특징이다.

삼성전자의 MP3플레이어 '옙 Q1 라플레르'는 꽃무늬 문양을 제품 뒷면과 정면 버튼부에 새겨 넣었다.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 MP3플레이어를 켜면 나오는 기본 배경화면에도 같은 무늬를 적용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초 '옙 T10 라플레르'라는 제품을 내놓으며 여성 소비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애플은 올 하반기께 앞면 터치스크린 외에도 뒷면에도 화면을 장착한 '듀얼 화면'의 MP3플레이어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TV 시장도 뒤태 디자인이 대세다. LG전자의 액정표시장치(LCD) TV 엑스캔버스 '스칼렛'은 검은색 계통의 TV 색상에서 벗어나 강렬한 빨간색 계열의 색상을 측면과 후면에 적용해 화려한 느낌을 살렸다. TV 뒷면의 너저분한 연결 선을 없애고 간결하게 정돈한 TV 등을 내놓으며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도 TV 뒷면과 스탠드를 앞면처럼 고광택 코팅을 해 고급 가구의 분위기가 나도록 디자인한 '보르도 TV'로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IT 제품을 즐겨 사용하는 여성 소비자를 일컫는 '테크 파탈'이란 신조어까지 나오고 있다"며 "업체들은 테크 파탈을 잡기 위해 가격과 기능 못지않게 디자인과 색상을 중요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