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산악인 오은선(43.블랙야크)씨는 요즘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여성 산악인으로는 가장 먼저 히말라야 8천m급 고봉 13개를 오른데다 내달 안나푸르나(8천91m) 도전에 성공하면 사상 최초로 14좌 완등의 기록도 세우게 되는 그였기에 여기저기서 인터뷰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지만 오은선 대장(이렇게 부르는 것이 편하다고 했다)은 13좌를 무사히 오른 자의 행복이 아니겠느냐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시내 한 커피숍에서 만난 오 대장은 먼저 8천m 13개 봉우리를 오르고 무사히 내려온 심경을 묻자 "13좌를 올랐다는 사실 보다는 이렇게 살아돌아온 것이 행복하고 기쁘다"라고 의미 있는 말을 했다.

지난달 낭가파르밧(8천125m)에서 숨진 고미영씨를 염두에 둔 듯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주변에서 한국 여성산악계의 산 역사라고 한다"라고 말을 건네자 "틀린 말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갔기에 제 움직임에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라고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여러 차례 대답했을 세계최초 14좌 완등의 의미를 재차 물었다.

오 대장은 "여성이 걸어온 등반의 길은 아직 미흡하다.

8천m 등반에서는 더더욱 그렇다"라며 "꿈으로만 간직해오던 제 꿈을 이루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 초 18번째로 14좌를 완등한 외국의 남성 산악인을 만나고 난 뒤 `여자는 20위권 안에 들수 없는가'란 생각이 들었다.

더더욱 20위 안에는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회고했다.

8천m 봉우리 중 13개 중 11개를 무산소로 등정한 이유에 대해 오 대장은 "2007년 5번째 8천m 고봉 인 K2를 오르고 14좌 완등 계획을 발표했을 때 `더블 스코어'로 앞서가는 외국 산악인들을 보니 모두 무산소 등정을 하고 있었다"라며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고 싶었다"라고 `오기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2004년 에베레스트 단독 등정 이후 하산 과정에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왔다는 오 대장에게 고 고미영씨를 비롯해 많은 산악인들의 죽음을 목격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드는지를 물었다.

그는 착잡한 표정으로 "사실 분석을 한다.

`왜 그렇게 됐을까'라고 생각해 보면 대부분 답이 있다"라면서 "그분들의 비극적 사고를 통해 자신을 더 연마한다.

그들의 죽음 앞에서 많이 배운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산에서 죽고 싶지 않기 때문에 더욱 철저하게 대비하고 준비한다.

다만 내 운명이 다해서 산에서 죽는다면 행복으로 여길 것"이라고 부연했다.

`철녀' 고미영씨와 인연을 물었다.

오 대장은 이에 대해 "그 친구는 스포츠클라이밍 선수로 출발해 고산등반 입문은 늦었다.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적 인연은 없다"라면서도 "굉장히 열정적이고 많은 능력을 갖고 있는 후배였기 때문에 (비극적 사고가) 너무나 안타깝다"라고 조의를 표했다.

안나푸르나에 묻힌 한국인이 14명이나 된다고 하자 오 대장은 "등정에 자신감은 갖고 있지만 그런 부분 때문에 안전 부문에 굉장히 촉각을 세우고 다른 산보다 집중력을 더 가지려고 한다"라고 답했다.

오 대장은 내달 10~15일 안나푸르나로 떠난 뒤 약 한 달 뒤 정상 도전에 나설 예정이다.

14좌 완등 이후 목표를 묻자 "쉬어야죠"라며 호탕한 웃음을 터뜨린 오 대장은 "구체화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라고 전제를 달면서도 "가능하다면 공부를 좀 해야할 것 같다.

8천m 고산 등정에 대한 제 경험을 학문화하거나 체계화시켜서 (후배들에게) 전달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라고 계획을 밝혔다.

그는 이와 함께 "가능하다면 제게 주신 많은 사랑에 보답하는 의미에서 청소년과 어려운 이웃들에게 `할 수 있다'라는 꿈을 심어주는 역할도 해보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