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의 큰 키에서 뿜어나오는 시속 35㎞대 폭풍의 질주를 펼친 '번개 스프린터' 우사인 볼트(23.자메이카)가 지닌 또 하나의 무기는 강심장이다.

작년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까지 모든 이의 시선이 쏠린 100m와 200m 결승에서 볼트는 어김없이 새 기록을 쓰는 승부사 기질을 뽐냈다.

작년 올림픽에서는 100m와 200m, 400m 계주에서 모두 세계신기록으로 3관왕에 오르긴 했지만 이제 막 세계 육상계에 모습을 드러낸 신출내기였기에 상대의 견제도, 큰 부담도 없었다.

하지만 만 1년 만에 열린 이번 대회는 모두가 자신을 '공공의 적'으로 견제하는 상태에서 맞았다.

특히 올림픽에서 부상으로 부진했던 라이벌 타이슨 게이(27.미국)가 벼르고 덤볐던 터라 적잖은 압박이 있었다.

지난 5월에는 교통사고 후 간단한 수술까지 받는 등 수성 전선에 먹구름이 끼기도 했지만 볼트는 4개월 사이 더 강력한 제트 엔진을 달고 초능력을 발휘했다.

이번 레이스에서 가장 눈에 띈 건 부정 출발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이다.

볼트는 17일 남자 100m 준결승 때 두 번의 부정출발을 경험했다.

처음은 자신이 범했고 두 번째는 타이론 에드가(영국)가 저질렀다.

에드가는 뛰어보지도 못하고 곧바로 실격 처리됐다.

볼트도 자칫 결승에 오르지 못할 뻔한 사건이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볼트는 흔들릴 뻔도 했지만 끝까지 침착함을 잃지 않았고 세 번째 출발에서 9초89로 결승에 1위로 올랐다.

위기에서 도리어 더 좋은 성적을 냈다.

21일 200m 결승 때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났다.

스타트 총성이 울리기 전 2레인의 다비드 알러트(프랑스)가 부정출발을 범해 집중력이 흐트러질 뻔 했으나 볼트는 오히려 정신을 바짝 차렸고 반응속도에서 100m 결승(0.146) 때보다 더 빠른 0.133을 찍고 레이스의 주도권을 틀어쥘 수 있었다.

19초30으로 우승했던 작년 베이징올림픽 200m 결승 때 반응속도가 0.182였던 것에 비춰보면 이날 스타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스타트에 자신감을 얻은 볼트는 고비에서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유지했고 그런 강심장으로 이날까지 메이저대회 5전 전승, 5번 모두 세계신기록이라는 신화를 썼다.

(베를린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