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청첩장을 받아보면 신랑이나 신부가 외국 사람인 경우를 심심찮게 본다. 이제 우리나라도 국제화가 돼 해외로 많이 나가고,국내에도 외국 사람들이 많이 사니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지인 중에 일본인 며느리를 얻은 사람이 있다. 아들이 일본에 유학 가서 만나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도 해서 반대를 했다. 일본인 며느리 집은 요코하마에서 작은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었는데,사위를 얻으면 가업을 물려줄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사윗감으로 외국인을 데려왔으니 당황하기는 그쪽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둘이 워낙 좋아하고 졸라대니 결국 승낙했다. 다만,결혼하면 우리나라에서 사는 조건을 걸었다. 일본 사돈 내외는 외동딸을 외국으로 시집보내놨으니 걱정도 되고 보고도 싶어 반 년에 한두 번씩 한국에 와서 사돈도 만나고 사위,딸도 보곤 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날 즈음 외국인 며느리를 얻은 부모 입장에서 아들놈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돼서 하루는 아들을 불러 넌지시 물었다고 한다. 일본인 며느리는 그동안 한결같이 먼저 일어나서 아침식사를 준비해놓고,남편이 출근할 때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와서 90도로 절하면서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하고,퇴근시에도 크게 절하며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제가 당신과 이렇게 즐겁게 살수 있는 것에 감사합니다"란 뜻이라고 했단다. 그 모든 예절은 친정엄마에게서 배웠다고 했다. 괜히 그런다 싶어 하루는 저녁 때 집으로 며느리를 불렀는데,아들이 늦게 퇴근하게 되어 먼저 저녁을 먹자고 했으나 남편이 오면 같이 먹겠다며 늦게까지 기다렸다고 한다. 시부모에 대한 마음씀씀이도 정성스럽다고 했다. 그 지인은 일본인 며느리가 착하고 영특하기도 해서 이제는 적이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요사이 세태를 보면 특히 젊은 부부 간에 무게중심이 너무 와이프 쪽으로 옮겨진 듯하다. 아이들도 고모보다는 이모와 가깝고,할아버지 할머니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를 뜻하는 말이고,이전 할아버지 할머니는 친할아버지 친할머니로 호칭이 바뀐 지 오래다. 휴가철 공항에서 만나는 젊은 부부와 같이 있는 노부부 중 열에 여덟 아홉은 친정 부모다. 그러니 딸 둘은 가지고 있으면 금메달이요,딸과 아들 하나씩 있으면 은메달이며,아들만 둘이면 목메달이란 우스갯소리가 우리 세대의 공감을 얻게 되나 보다. 갖은 공을 들여 키워놨더니 처가 쪽만 신경 쓸 것 같아 아들 가진 부모 입장에서야 억울하고 섭섭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아직은 착하고 영특한 며느릿감들은 많다. 그 귀한 보석들을 알아볼 수 있는 욕심 없는 맑은 눈과 베푸는 마음만 있으면 최소한 나중에 목매달 일은 없을 것이다.

손영기 GS파워 사장(연세대 겸임교수) ykson@gspow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