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19일 "정치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같이 할 수 있고 달리할 수도 있지만，(김 전 대통령은) 인생을 치열하고 진지하고,고난에 스러지지 않고 성취하셨다"며 "큰 역사의 흐름 속에서 기억될 인물"이라고 김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제36차 전체회의에 앞서 묵념을 가진 뒤 "그분의 85년 인생은 어찌보면 우리 현대사의 큰 고비였고 큰 획으로 남아 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운을 뗐다. 그는 "그분의 갈등하고 타협하고，도전하고 성취하는 모습을 기자로서 가까이 지켜보며 오랜 인연을 쌓았다. 정치에 입문한 뒤에도 개인적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만나뵀던 남다른 추억에 항상 감사하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이 1973년 일본 도쿄에서 중앙정보부에 의해 납치당했다가 가택연금됐을 당시의 일화도 소개했다.

최 위원장은 "(동아일보) 기자 신분을 내세워 (김 전 대통령의) 집에 들어가 지하 서재에서 (김 전 대통령과) 4~5시간 정도 대화를 나눴다"며 "납치 과정，배에 실리는 과정，수장시키려고 했던 것 등 당시 상황을 취재해 꽤 긴 기사를 썼지만 유신 치하였던 탓에 보도되지는 못했다"고 했다. 그는 당시 김 전 대통령과 인간의 운명，인권，생명 등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눴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회고했다. 또 당시 취재자료를 사무실 캐비닛에 넣어뒀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없어졌더라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올 1월1일 김 전 대통령 내외에게 세배를 갔던 것이 마지막 만남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