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행정구역-선거구제 개편' 구상을 놓고 정치권의 후속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나라당은 9월 정기국회서 법제화에 나서기로 했고 민주당도 관련 논의를 적극 추진키로 했다. 세부적인 부분에선 여야간 속내가 엇갈렸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8 · 15경축사에서 정치선진화의 요체가 깨끗한 정치와 생산적 정치라고 밝힌 것은 시의적절하며 국민의 가슴에 와닿는다"며 "생산적 정치를 위해 선거제도와 행정구역을 개편하도록 법제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번 주부터 정치선진화특위를 본격 가동,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미디어법 무효화를 내세우며 장외투쟁 중인 민주당도 원론적으로는 찬성 입장이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대중 · 노무현 전 대통령과 민주당은 지역주의 해소의 중요성과 그 방법에 있어서 중대선거구제를 비롯한 여러 방안을 이미 내놓은 바 있다"면서 "총론에서는 합의가 쉽지만 각론에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기 때문에 서두르지 말고 국회 특위에서 진지하게 논의하자"고 말했다. 민주당은 정치개혁 논의에 미디어법 이슈가 묻힐 수 있어 고심하는 눈치다. 선거제도 개편 등 민감한 문제를 장외에서 지켜볼 수만 없다는 것도 부담이다.

한나라당은 정치개혁 논의를 계기로 민주당의 등원을 계속 압박할 방침이다. 박희태 대표가 전날 여야 대표회담을 제안한 데 이어 안 원내대표는 이날 정치개혁 논의를 위한 원내대표 회담을 촉구했다. 미디어법 처리로 경색된 여야 관계를 이번 기회에 복원하겠다는 속셈도 있다. 하지만 선거구제 개편 등 각론에서는 개별 의원과 지역,여야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한 선거구에서 2~5인의 국회의원을 뽑는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대해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영남에선 호남 출신이 선출돼도 호남에서는 영남 출신이 뽑히기 어렵다'는 등의 반발이 나오고 있다.

김유미/민지혜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