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메구로구에 사는 요시다 준이치씨(56)는 최근 서재 책장을 벽에 고정시키는 지진 피해 방지용 장치를 사다가 설치했다. 또 거실 여기저기에 걸려 있던 벽시계 그림 장식물 등 지진으로 떨어져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는 건 모두 떼냈다. 도쿄에서 강한 흔들림을 느낄 수 있었던 크고 작은 지진이 지난주 세 번이나 연속 발생한 다음이다. 요시다씨는 "그동안 잠시 잊고 있던 대지진의 공포가 요즘 되살아난 게 사실"이라며 "집안에서라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도쿄와 인접 지역에서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대지진의 공포가 일본 열도를 엄습하고 있다. 특히 100~150년을 주기로 규모 8 이상의 지진이 반복되는 '도카이(東海) 대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면서 불안감은 더욱 크다. 일본과 미국의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대지진을 예측하기 위한 지층조사를 실시할 계획이지만,일단 대지진이 발생하면 엄청난 인명과 경제적 피해를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일본 국민들은 떨고 있다.

17일 오전 9시6분께와 오후 7시11분께 두 차례에 걸쳐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섬 인근 이시가키섬에서 규모 6.5~6.7의 강진이 발생했다. 지난주 도쿄와 인근 지역에서 세 차례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네 번째와 다섯번째다. 지난 9일 오후 7시56분엔 진도 4의 지진이 났다. 진원은 도쿄에서 동쪽으로 340㎞ 떨어진 태평양 심해로 진앙 지역의 지진 강도는 6.9.이어 11일 오전 5시7분께 도쿄 서부 시즈오카현에서 규모 6.5의 강진이 또 발생했다. 이 지진으론 100여명의 부상자가 생겼다. 13일 오전 7시49분께는 도쿄 부근 해상인 하치조지마 심해에서 규모 6.5의 지진이 다시 발생했다.

연이은 지진을 놓고 일각에선 '도카이 대지진'의 전조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시즈오카현과 아이치현 일대의 도카이 지역에선 1707년과 1854년 각각 규모 8.6과 8.4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155년간 큰 지진이 없었다. 규모 8 이상은 엄청난 재앙을 부를 수 있는 지진이다. 1854년 도카이 지진 땐 2000~3000명,1707년 지진 때는 2만여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1995년 6400여명의 사망자를 낸 고베 대지진의 강도는 7.3이었다. 작년 6월 22명의 사망 · 실종자가 발생한 이와테 · 미야기 지진의 강도는 7.2였다. 일본의 산업 중심지이자 인구 밀집지대인 도카이 지역에서 진도 8 이상의 강진이 발생하면 사망자는 최대 1만명,경제적 손실은 최대 37조엔(약 4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도카이 지역의 제조업 생산액은 약 78조엔으로 일본 전체 산업생산의 25%를 차지한다.

일본 정부는 최근 일련의 지진은 발생 형태나 강도,지진이 발생한 판의 위치가 예상되는 도카이 지진과는 다르다고 부인했다. 이 같은 설명에도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도카이 지역에서 30년 안에 대지진이 일어날 확률을 87%로 예측하고 있다.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와 미국 위스콘신대학은 도카이 지역의 지진대 단층에 구멍을 뚫어 대지진의 메커니즘을 알아내는 탐사를 내년 중 공동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

◆도카이 대지진=100~150년을 주기로 일본 시즈오카현과 아이치현 일대의 도카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규모 8 이상의 큰 지진을 일컫는다. 지구 구성 지각의 일부인 필리핀판 북단에 위치한 시즈오카현 스루가만 일대가 진원지다. 보통 지진은 발생 후 이름을 붙이지만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에 발생 이전부터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