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르포) 한국산재의료원 재활공학 연구소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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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지ㆍ초경량 전동휠체어 세계 수준의 경쟁력 확보
문무성 소장 "고령화 진행되면서 재활의료산업 부상…신성장동력 삼아야"
문무성 소장 "고령화 진행되면서 재활의료산업 부상…신성장동력 삼아야"
"이르면 2011년부터 전동휠체어가 한국을 대표하는 수출품목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장 단순한 초경량 전동휠체어의 경우 대당 200만원이면 양산이 가능합니다. 독일 일본 제품이 500만~800만원이고 값이 싸서 많은 장애인이나 산재환자가 구입하는 중국산 휠체어가 40만~50만원 선인 것에 비하면 품질과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국산 제품을 만들 자신이 있습니다. "
한국산재의료원 재활공학연구소 문무성 소장(58)은 18일 "현재 4가지 유형의 전동휠체어를 개발하고 있다"며 "15년간의 독보적인 연구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톱10에 드는 재활의료기기 연구소로 이름을 날릴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고 자부했다.
이 연구소는 1994년 근로복지공사 부설 재활공학연구센터로 시작해 1998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공지능의지(의족과 의수)를 개발했고 현재 지식경제부 보건복지가족부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이 지정한 재활의료기기(의지 보조기기 등) 분야의 한국간사기관이자 노인장기요양보험이 관장하는 복지용구(침대 휠체어 지팡이 등) 및 의료기기 시험검사기관으로 자리잡았다. 많은 대학 병원이 이 분야를 연구하고 있지만 재원 부족과 낮은 수익성 때문에 진척이 없는 반면 재활공학연구소는 국가적 차원의 장기연구를 통해 재활의료기기를 미래 유망상품으로 육성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엔화의 높은 화폐가치 때문에 상당량을 구미에서 수입해서 쓰는 일본과 여전히 기술과 국가브랜드에서 떨어지는 중국의 틈새를 노려 이 분야의 아시아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전동휠체어는 소형 경량화와 안전성이 품질 경쟁력의 핵심.이 연구소는 기존 휠체어와 달리 모터를 별도로 달지 않고 바퀴 축에 내장시켰으며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채택해 덩치와 무게를 대폭 줄인 신형 전동휠체어를 개발해놓고 2011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다. 새끼 바퀴를 달아 둔턱을 넘어갈 수 있는 '둔턱답파형'휠체어(외산 400만원,국산 200만원)는 3년 후, 고무 캐터필러를 장착해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계단승월형'휠체어(외산 4000만~2억원,국산 1000만원)는 5년 후, RFID칩으로 장애물을 자동 인식해 스스로 이동하며 컴퓨터 등을 내장해 유비쿼터스 라이프가 가능한 '자율주행' 휠체어(외산 수억원,국산 3000만원)는 7년 후 상용화할 예정이다.
문 소장은 구동모터는 코모텍,휠체어 이동제어 알고리듬은 에이디티,리튬-폴리머 전지는 코캄,휠체어 자율주행에 필요한 내비게이션은 건국대 등이 분담해 개발하고 있고 이와 관련한 18개의 특허가 등록 또는 출원된 상태라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2012년까지 총 113억여원의 연구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일정대로 각종 전동휠체어를 개발하면 2015년까지 수출로 연간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다.
이 연구소의 또 하나의 자랑은 인공지능의지.국내서 유일하게 인공지능의지를 제작(지난해 250개) · 수리하는 연구소는 상체의지(의수)는 550만원,하체의지(의족)는 411만원에 제작하고 있다. 독일산 등 외국 제품이 각각 2000만원,3000만원인 데 비해 4분의 1 가격에 불과하다. 인공지능의지를 맞추려면 장애인의 사지 상태와 운동능력 및 보행패턴 등을 고려해 2주간의 세팅이 필요하다. 사용하다 문제가 생기면 대전 창원 순천 동해 등 4개 권역 서비스센터와 2대의 이동정비차량을 통해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현재는 근전도만 반영한 인공지능의지이지만 점차 뇌전도도 가미돼 장애인이 마음 먹은 대로,즉시적으로 보행속도와 보폭을 조절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다.
문 소장은 "연구소 설립 4년 만에 영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인공지능의지를 개발했을 때 세계가 놀랐다"며 "현재는 인공근육,임플란트형(인체삽입식) 의지 개발에 연구력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근육은 플라스틱에 전기를 흐르게 해 수축 · 이완 능력을 갖게 한 것으로 미국은 25센트 동전을 4개 정도 들어올릴 수 있는 데 비해 이 연구소는 5개 이상도 가능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임플란트 의지는 전기감전 등으로 손가락 근육이 괴사된 사람에게 심어 젓가락 정도를 문제없이 집게 하는 것으로 초보단계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역량을 과시한다. 이 밖에 재활공학연구소는 뇌졸중 환자의 재활을 도와주는 로봇,와상(臥床) 환자를 위한 욕창 방지용 침대 · 매트리스 · 휠체어,환자를 선 채로 태워 이동하는 오토바이 형태의 전동워커,환자를 욕조 등에 앉히는 운반용 리프트 등을 개발했다.
문 소장은 "건강보험 요양급여 중 0.05%,산재보험 급여의 0.8% 정도만이 휠체어 등 재활보조기구 구입비로 지원되고 있다"며 "미국(4%)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해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시장 규모는 1조원 가까이 되고 통계에 잡히는 것만 3000억원에 이르며 향후 인구 고령화와 장애인 복지향상으로 그 규모가 더 커질 전망인 만큼 미래에 대비하고 국가 신성장동력산업을 키우는 차원에서 재활의료공학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소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나와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 의료공학과 및 정형외과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경희대 의대 교수를 거쳐 1998년부터 재활공학연구소를 이끌어왔다. 재활공학에 대한 투자 필요성을 각계에 설득해 지식경제부 노동부 보건복지가족부 등으로부터 적잖은 연구개발자금을 이끌어내는 등 불모지나 다름없는 이 분야의 연구를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상용화의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5월엔 생명보험협회의 성금 7억원과 산재의료원 출연금 2억원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의지,보행보조장치,다기능 목욕리프트 등을 불우 장애인에게 지급하기도 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