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중 합작영화 출연 소지섭씨 "중국어 몰라 스트레스…장쯔이가 감싸줘"
"한국 배우의 해외 진출은 호수에서 시작된 물이 강을 만나고 다시 바다로 합류하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중국에서 처음 영화에 출연한 만큼 이를 발판으로 세계 무대에 진출하고 싶습니다. 한국에서만 활동하면 현재의 위치를 언제까지 지속할까 조바심이 이는데,해외 활동은 한결 여유를 갖게 해줍니다. "

한류스타 소지섭(32 · 사진)은 오는 20일 국내에서 개봉하는 한 · 중 합작영화 '소피의 연애 매뉴얼'에 출연한 소감을 13일 이렇게 말했다. 중국 소피프로덕션과 CJ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해 CJ가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 배급하는 중국 최초의 로맨틱코미디다.

세계적인 배우 장쯔이와 중국의 톱스타 판빙빙,장나라와 열애설을 뿌린 대만 배우 허룬둥이 함께 출연했다. 소지섭은 장쯔이와 판빙빙 사이에서 사랑의 시소게임을 펼치는 치과의사 제프 역을 맡았다.

히트작 '미안하다 사랑한다' '카인과 아벨' 등에서 무거운 배역으로 각인돼 온 그가 드물게 가벼운 캐릭터를 선보인 것.신라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어두운 성향의 캐릭터를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주요 출연작들이 그랬고 그것들이 히트하는 바람에 제 이미지도 그렇게 굳어졌어요. 그러나 이번에 밝은 역할을 맡아 보니 의외로 재밌더라고요. 처음에는 제프가 쿨하고 멋진 캐릭터인 줄 알았는데,알고 보니 갈수록 망가지는 캐릭터더군요. 차버린 연인 소피(장쯔이)가 다른 남자와 키스하는 모습을 보고 벽에 얼굴을 부딪치는 등 과장된 연기를 보여줍니다. "

그는 결혼 두 달 전 약혼녀 소피를 버리고 새 여자(판빙빙)와 바람이 나지만 나중에는 전세가 역전된다. 연애 매뉴얼을 습득한 소피가 그의 마음 돌리는데 성공한 것.그는 무릎을 다시 꿇고 멋지게 프러포즈하지만 소피의 반응은 그의 예측을 빗나간다.

"결혼할 여자가 있는데 바람나는 상황은 어느 정도 공감이 갑니다. 극중 대사처럼 결혼하고 바로 이혼하는 것보다 잠깐만 나쁜 놈이 되는 거죠."

하지만 실제 사생활에서 이런 상황은 요원할 것이라고 했다.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어요. 사람(여자)을 쉽게 만날 환경도 안돼 있고요. 이제는 신중한 만남을 가질 나이잖아요. 제가 상상하는 결혼과 가족의 이미지가 있는데,그걸 현재로선 만족시킬 수 없어요. "

그는 중국 촬영 현장에서 언어장벽에 부딪힌 일화도 털어놨다.

"한국과 일본에 이어 중국에서도 촬영해 봤는데,각국 현장은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다만 언어와 문화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중국어를 전혀 몰랐기 때문에 현장에서 언어를 익히며 출연했어요. 첫 일주일 동안 입이 떨어지지 않더군요.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을 보고 장쯔이씨가 편하게 연기하라고 충고해 주더군요. 눈빛과 감정만 통하면 된다고요. 그녀는 할리우드 등에서 이미 많이 찍어봐 제 심정을 이해하는 것 같았어요. "

중국 스타들과 함께 촬영하면서 본 실제 모습도 이야기했다. "장쯔이와 판빙빙은 정반대 스타일이었어요. 장쯔이는 귀엽고 밝았지만 세계적인 스타답게 카리스마가 넘치더군요. 판빙빙은 대단히 여성스럽고 애교가 있었고요. 소피의 새 연인 역으로 출연한 허룬둥은 같은 남자가 봐도 매력적이더군요. 그들도 저처럼 너무 바빠 현장에서만 볼 수 있었습니다. "

그는 "오래 쉬면 작품 선택이 힘들어진다"며 "앞으로 매년 세 편 정도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일본에서 신작에 출연할 계획이며 할리우드 출연 제의도 검토 중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