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당한 어린이에게 어른보다 더 많은 위자료를 줘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어린이가 신체 장애를 가지면 어른보다 더 오랜 기간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어린 시절에 누려야 할 기쁨을 잃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6단독 이옥형 판사는 교통사고로 숨진 A양(당시 4세)의 유가족이 가해 차량의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미 지급한 치료비와 손해배상금을 제외하고 위자료 명목 등으로 7800만원을 더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이에 따라 A양의 유가족은 앞서 받은 치료비 1억8900만원，손해배상 선급금 1억6500만원과 함께 총 4억3200만원을 보험사로부터 지급받게 됐다. 통상적으로 교통사고 사망자에게는 피해자의 과실이 없을 경우 어른과 아이의 구분 없이 6000만원의 위자료가 지급된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아동에 대한 위자료 산정 기준을 달리해 2배가 넘는 1억3500만원의 위자료를 책정했다.

재판부는 "사고로 인한 아동의 사망에 따른 위자료 액수를 결정할 때엔 특별한 취급이 요구된다"며 "아동기 또는 청소년기에 누릴 수 있는 가족 관계，친구 관계 등 생활의 기쁨을 상실한다는 점에서 기본권 침해의 정도가 성인보다 크다"고 판시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