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휘센' 에어컨,삼성전자의 '제트' 휴대폰 등에 사용되는 세계 유일의 첨단 나노기술을 해외 경쟁업체에 넘기려던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이혁)는 벤처기업 P사의 기술을 중국 기업에 유출하려 한 혐의로 P사 전 대표 고모씨와 전 임원 주모씨 등 2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주씨는 LG전자의 에어컨 공장 건설에 참여했던 모 기술자와 공모해 공장 도면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고씨는 2007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 P사를 퇴사하면서 이 회사의 나노파우더,박막증착,금속표면처리,상압플라즈마 등 기술에 관한 자료를 P사 전 임원 및 연구원과 함께 중국에 설립한 I사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기술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수년에 걸쳐 국가 연구비 200억원을 들여 세계 최초로 개발한 첨단 나노기술로 한국을 비롯 미국 등 세계 각국에 특허가 출원돼 있다. P사는 LG전자 등과 함께 이들 기술의 일부 상용화에 성공했다.

고씨 등은 이 가운데 LG전자 '휘센' 에어컨에 적용되고 있는 금속표면처리 기술을 세계 2위 에어컨 업체인 중국의 모 업체에 약 80억원을 받고 유출하려 시도하다 사전에 적발됐다. 이 기술은 금속을 플라즈마(기체를 이온화시킨 물질)로 표면 처리하는 기술로 에어컨 내부에서 공기 중의 수분이 응결해 발생하는 물방울이 달라붙지 않고 표면을 따라 신속히 흘러 물방울 진동 등으로 인한 소음이 대폭 줄어들게 해 준다. 이혁 부장검사는 "금속표면처리 기술은 LG전자가 세계 에어컨 시장 1위를 차지하도록 한 주요 기술"이라고 밝혔다.

고씨 등은 또 중국의 대형 우주항공업체에 첨단 나노기술 전반을 이전키로 하고 양해각서까지 작성하려다 실패했다. 이 가운데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플라스틱에 금속 산화물을 증착시켜 전기가 통하게 만드는 박막증착 기술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술은 삼성전자에서 최근 선보인 휴대폰 '제트'에 사용되고 있다.

이 부장검사는 "고씨 등이 중국에서 유출 기술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사업하려다 여의치 않아 중국 업체에 넘기기로 한 것 같다"며 "이들은 빼돌린 기술을 러시아에 특허 출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