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는 시작 전 분위기만 놓고 본다면 승부의 추가 두산 쪽으로 확 기울어져 보였다.

여러 악재에 시달리는 LG와 잘 나가는 두산의 팀 상황이 뚜렷하게 대비됐기 때문이다.

LG는 전날까지 7연패의 수렁에 빠져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았다.

7위로 내려앉으며 4강 도약의 꿈도 사실상 물 건너 가버렸다.

와중에 LG는 이날 경기에 앞서 포수이자 주장인 조인성과 투수 심수창을 2군으로 내려 보냈다.

전날 경기 도중 두 사람이 마운드에서 언쟁을 벌인 것에 대한 징계 차원이었다.

이래저래 어수선한 LG였다.

반면 두산은 생기가 넘쳤다.

적지인 마산에서 까다로운 상대인 롯데를 상대로 3연승을 올린 직후였기 때문이다.

이런 LG의 상황을 잘 아는 김경문 두산 감독은 "올해 우리가 LG에 많이 지고 있는데 오늘은 우리 쪽에 (이길) 기회가 되려나보다"라며 은근히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자 승부는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LG였지만 한 지붕 라이벌인 두산에게 만큼은 밀릴 수 없다는 듯 팽팽한 힘 대결을 펼치며 앞섰다.

롯데를 상대로 사흘 동안 29점이나 뽑았던 두산 타선은 한 점도 뽑지 못하며 침묵했다.

LG가 최근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 투수 제레미 존슨에게 8회까지 철저하게 눌렸다.

미국 마이너리그 경력만 가진 존슨은 A급 용병 투수라고 말하기에는 모자란 편이었다.

하지만 두산 타자들은 낙차 큰 커브 등에 속수무책으로 헛방망이를 돌리며 변변한 득점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존슨은 "몸쪽 바깥쪽을 가리지 않고 공격적으로 승부하려고 노력했다"며 "한국 타자들은 미국 트리플 A의 가장 우수한 타자들과 비교될 정도로 훌륭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나갔고 올해도 2위를 달리는 강팀 두산이지만 LG만 만나면 쩔쩔맸다.

상위권 팀인 SK와 KIA에 각각 9승1무4패, 8승4패로 압도적으로 앞섰지만 LG에는 4승8패로 열세였다.

두산은 5월5-7일 LG와 3연전에서 모두 졌다.

당시 LG는 두산과 3연전을 싹쓸이하면서 8연승을 내달리며 신바람을 냈다.

또 두산은 7월3-5일에도 LG에 3연패했다.

LG는 1승6패를 기록하며 부진한 상황이었는데 '두산 보약'을 먹고 기운을 차렸다.

두산은 7일 경기에서도 결국 0-2로 패했다.

결국 LG가 7연패 사슬을 끊는데 본의 아니게 일등공신이 되고 만 것. 두산이 올해 LG에 영봉패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