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4일 '클린턴-김정일' 회담에 배석해 눈길을 끌었다. 대미관계를 총괄하며 외교 실세인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의 배석은 당연하지만 대남 총책인 김 부장이 함께 한 건 다소 의외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여기자 문제만 논의하는 자리였다면 김 부장이 자리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김 부장의 배석은 북한이 개성공단에 131일째 억류 중인 현대 근로자 유모씨 석방 문제 등 남북 간 현안이 논의됐음을 시사한다. 실제 클런턴 전 대통령은 북측에 유씨와 연안호 선원의 송환을 촉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부장은 노동당 국제부장을 지낸 외교통이었으나 2007년 3월 통일전선부장에 임명된 뒤로는 대남 분야를 총괄해 왔다. 같은 해 10월 2차 남북정상회담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단독회담에 배석하며 두각을 나타났다.

지난해 남한 정권이 바뀐 뒤 최승철 통전부 부부장 등 기존 대남 라인이 대거 숙청됐지만 김 부장은 살아남았으며 최근 김 위원장을 수행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근 대남 정책을 총괄하는 조선노동당 소속 통일전선부를 재정비,대남 관계 개선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양건 부장이 배석한 것은 남북 현안 문제가 논의됐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