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와 열대야가 사라졌다. 고온다습한 날씨 탓에 밤 잠을 설쳤던 시민들이 한강변 등 야외에 나와 더위를 식히던 모습도 올해는 사실상 실종됐다.

5일만 해도 서울지역의 경우 따가운 햇볕을 제외하면 사실상 초가을이나 다름없는 날씨였다. 구름이 거의 없는 맑고 높은 하늘에 선선한 바람까지 불어오는 전형적인 가을날씨를 연상케 했다.

이같은 날씨가 최근 왜 계속되고 있는 걸까. 이유가 있었다.

무더위와 열대야 현상,폭염 등은 통상 7월말~8월초 고온 다습한 공기를 품고 있는 북태평양 고기압 영향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올 여름엔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북태평양 고기압의 북상을 막으면서 이같은 현상들이 사라진 것이다.

무더위란 습도와 온도가 동시에 매우 높아 찌는 듯 견디기 어려운 더위를 일컫는다. 또 열대야는 최저기온이 25도를 넘는 밤을 뜻한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통상 봄가을철에 발달하던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여름철에 비정상적으로 강하게 활동하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의 북상을 막아 올 여름에는 무더위와 열대야 현상이 사라졌다.

특히 밤 잠을 설치게 했던 열대야 현상은 최근 30년간 전국 평균 3.8일이 나타났지만 올 여름엔 1일 미만일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열대야 현상은 통상 7월 25일 시작해 8월 10일쯤 끝났다.

기상청은 "우리나라는 7월 하순 이후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평년보다 기온이 높은 가운데 밤 최저기온 25도 이상의 열대야 현상이 전국적으로 3~4일 정도 나타났다"며 "그러나 올해는 동해북북 지역에서 발달한 오호츠크해 고기압의 오랜 활동으로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되지 않고 오히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함 마저 느끼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추를 이틀 앞둔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1.4도였다. 폭염주의보 발령 직전수준에 달할 정도의 불볕 더위였지만 구름이 끼지 않고 습도 역시 높지 않아 바람이 불면 오히려 시원함 마저 들게 했다.

햇빛의 강도는 강했지만 고기압의 영향으로 구름층이 발달되지 않아 고온다습한 무더운 날씨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다음주 목요일이면 더위가 한풀 꺾인다는 말복이어서 무더위나 열대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다만 태풍 발달과 진로에 따라 남쪽에 쳐져 있는 고온다습한 공기층이 우리나라로 밀려올라 올 수도 있어 때늦은 무더위가 나타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무더위 실종으로 여름 관련 상품 매출이 뚝 떨어지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계절상품인 에어컨, 선풍기의 경우 7월 한달간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10~20% 감소했다. 빙과류와 수영복도 5~10% 정도 매출이 줄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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