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합재는 사람이 사용하면 사용한 만큼 없어져버리는 재화이다. 이 경합재의 사용권을 여러 사람들에게 허용하는 재산권 구조는 '공유자산의 비극'이라고 부르는 과다사용의 낭비를 유발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소유권은 소유한 자산의 사용권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그 자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거부하는 배제권까지 포함한다. '공유자산의 비극'은 사용권자들 간에는 서로 배제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된 재산권 구조에서 비롯한다.

특정한 자산에 대한 배제권을 여러 사람이 보유하는 재산권 구조는 사용권만을 공유하는 공유자산과 정확히 대칭된다. 이 경우에 자산을 이용하려는 사람은 모든 배제권자들로부터 사용허가를 일일이 취득해야 하며 만약 어느 한 배제권자라도 거절하면 아무도 사용할 수 없다. 사용권 행사가 이처럼 제한된 만큼 자산은 과소사용으로 끝나고 만다.

사용권자가 여럿인 공유자산에 대비하여 여러 사람이 배제권을 가진 자산을 역(逆)공유자산(anti-commons)이라고 부른다. 과다사용이 공유자산의 가치를 피폐화시킨다면 역공유자산은 필요할 때 사용하지 못하는 과소사용의 손실을 유발한다. 어느 배제권자가 역공유자산의 사용을 거부함으로써 과소사용의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현상을 '역공유자산의 비극(tragedy of anti-commons)'이라고 한다.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지역에서 흔히 있는 소위 '알박기'는 한 사람이 나서서 공동개발을 방해하는 '역공유자산의 비극'이다.

미국의 어느 제약회사는 기존의 여러 특허를 이용하여 알츠하이머병의 치료방법을 개발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개별 특허권자들이 너무 엄청난 로열티를 요구하는 바람에 아직 이 치료법의 임상실험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 개발된 치료법은 관련 개별 특허 하나하나가 배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역공유자산이다. 그리고 복잡한 배제권 때문에 그 실용이 지연됨으로써 치료받지 못한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의 고통은 과소사용이 유발한 손실이다.

이미 널리 보급되어 있는 랩뮤직도 과거에는 수백 개의 기존 곡에서 소절들을 뽑아서 '콜라주'한 합성품이었다. 그러나 저작권을 내세운 음반사들이 반발하자 '콜라주' 형태의 랩뮤직은 사라지고 말았다. 저작권과 특허권은 혁신을 장려할 목적으로 도입한 제도다. 그러나 이 권리가 배제권이 되어서 이들의 성과를 합성하여 고도화시키는 복합적 혁신을 오히려 방해하는 '역공유자산의 비극'을 도처에 만들어내고 있다.

역공유자산의 배제권 행사도 그 본질은 외부불경제를 창출하는 행동이다. 거래비용만 낮다면 코즈협상으로 풀 수 있다. 그러나 공유자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배제권자가 거래비용을 높이면 코즈정리에 따른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역공유자산의 비극'을 풀기 위해서는 정부가 배제권 행사를 적절히 제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