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는 6일로 예정돼 있던 '사용 후 핵연료 공론화 위원회' 출범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연기하겠다고 출입기자들에게 통보했다. 사용 후 핵연료란 원자력발전소에서 핵연료로 사용하고 남은 폐기물이다. 지금은 원전에 임시로 저장하고 있지만 2016년이면 이 마저도 포화상태가 돼 서둘러 별도의 저장시설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가적으로 시급한 사안인 만큼 정부는 6일 위원회를 출범시킨 뒤 다양한 공론화 절차를 거쳐 2011년 6월께 부지를 선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공기 등을 고려할 때 공론화를 조기에 매듭지어야 2016년까지 시설을 완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당초 위원회를 지난달 출범시키려 했다. 하지만 국회 일정 등으로 7월 하순으로 연기했고,이달 6일로 일정을 잡았다가 다시 무기한 연기했다. 이미 공론화 위원장엔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을 내정한 상태다.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는 국민적인 합의가 필요한 중차대한 사안임에도 지경부는 기구 출범 일정을 무기 연기하면서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윤호 지경부 장관의 러시아 방문 일정 등으로 사정이 생겨 연기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지경부 당국자들은 구체적인 해명을 꺼리고 있다.

이처럼 연기 사유가 명확하지 않아 갖가지 억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의 지질 안전성 문제가 논란이 되자 사용 후 핵연료 공론화 문제를 잠시 미루려는 분위기가 정부 내에 강하게 조성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대표적이다.

골치 아픈 문제를 공론화하기엔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내부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경부 관계자는 "지난 주말부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가 돌았다"며 "구체적인 이유는 말해주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2003~2005년 우리 사회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부지 선정 문제로 홍역을 치른 경험을 갖고 있다.

정부가 '제2의 부안 사태'를 막기 위해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계획된 일정을 특별한 이유 없이 계속 연기하는 일이 거듭되면 '뭔가 문제가 있나'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알았으면 한다.

류시훈 경제부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