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 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하반기 증시에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원화 강세(원 · 달러 환율 하락) 현상이 연말까지 지속되면 외국인 입장에선 환차익까지 노릴 수 있어 주식 매수 강도가 더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환율 하락은 국내 실물경기와 금융시장의 회복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증시의 추가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다.

다만 환율 하락은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주요 수출업체에는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환율 하락의 수혜가 예상되는 은행 건설 유통 등 내수주와 항공주 여행주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외국인 14일 연속 매수 행진


3일 코스피지수는 7.69포인트(0.49%) 오른 1564.98로 연중 최고치를 사흘 연속 경신하며 8월 첫 거래일을 산뜻하게 출발했다. 2400억원이 넘는 프로그램 순매도와 개인의 차익실현 물량에도 외국인은 4028억원 어치 순매수하며 상승세를 지켜냈다. 외국인은 지난달 15일 이후 14일 연속 '사자'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증시 분석가들은 기업실적 호조에다 지난달 중순 이후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원 · 달러 환율이 외국인의 매수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환율은 1222원40전으로 마감해 지난 6월3일에 기록했던 연중 최저치(1233원20전)를 밑돌았다. 지난 3월 초의 올 최고치(1570원30전)와 비교하면 22% 하락한 수준이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융시장 불안감 해소와 뚜렷한 경기 회복으로 환율이 빠른 속도로 안정을 찾고 있다"며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며 한 단계 하향 조정된 만큼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환율 하락은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송기석 메릴린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환율 하락이 경상수지 흑자 등 경기호전을 반영한 것이란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그동안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하락폭이 제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송 센터장은 "IT 자동차 등 수출주에는 환율 하락이 반갑지 않지만 상반기 실적 개선이 점유율 확대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달러당 1000~1100원까지 급락하지 않는다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호성 크레디트스위스 증권 상무는 "환율이 떨어지면 공매도를 해뒀던 외국인은 원화가치가 더 오르기 전에 주식을 사서 갚아야 한다"며 "신규 공매도 역시 부담이 되므로 외국인의 매수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환율 하락 수혜주 관심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환율 하락이 증시에 긍정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항공 해운 등 운송주와 여행 음식료 관련주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환율이 1340원에서 1230원대로 급락했던 지난 4월 말 이후 2주간 업종별 등락률을 보면 은행 증권 건설 전기가스 등 내수주들이 코스피지수를 5~15% 웃돌았다. 반면 IT주는 10% 가까이 시장평균을 하회했다. 이 증권사의 박성훈 연구원은 "과거 원화 강세 국면에서 나타났던 현상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며 "단기적으로는 환율 영향이 덜한 내수주 중 순환매가 예상되는 종목을 관심권에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정석 팀장은 "음식료 항공 여행 제약 등 환율 하락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종목들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유주도 원유가격 상승을 환율 인하가 상쇄할 수 있어 수혜가 예상된다.

외국인의 공략 종목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외국인은 지난달 14일부터 환율이 1300원 아래로 떨어지자 대한항공(1136억원) 한진해운(703억원) 등 운송주를 순매수했다. GS건설 삼성물산 등 건설주와 신한지주 KB금융 등 은행주 비중도 늘리고 있다.

반면 IT 자동차 등 주요 수출주는 단기간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상반기 환율효과가 점차 약해질 전망이어서 앞으로는 가격 경쟁력이 아니라 질적인 우위로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지켜낼지 여부가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