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주도하는 장세가 계속되면서 외국계 증권사들이 국내 간판주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의 평가는 외국인의 투자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이제까지 강세장을 주도하고 있는 IT(정보기술) 자동차 은행 등의 대표종목들이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세를 지속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삼성전자 현대차 신한지주 등에 대해선 국내 증권사들보다 더 높은 목표주가를 공격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외국계 증권사들이 권하는 종목은 실적 개선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되는 업종 대표주"라며 "외국인은 물론 국내 기관도 이런 흐름을 쫓아가는 분위기여서 당분간 중 · 소형주에 비해 대형주들의 상대적인 강세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증시 주도주에 호평 쏟아져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분기 어닝시즌을 거치면서 외국계 증권사들은 국내 대표주들이 하반기에도 실적이 좋을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이날 메릴린치는 삼성전자를 글로벌 IT산업의 리더라며 자사의 '아시아퍼시픽 최고추천주(APF1)'리스트에 추가시켰다. 이에 따라 총 23개 종목으로 구성된 APF1에 편입된 국내 주식은 삼성전자 현대차 농심 등 3개가 됐다.


메릴린치는 삼성전자가 D램 반도체,낸드플래시,LCD(액정표시장치),디지털 TV 등에서 세계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고,휴대폰에서도 2위 자리를 지켜 눈부신 실적 개선을 이뤄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목표주가도 80만원에서 90만원으로 높였다. 국내 증권사들의 평균치는 80만9000원이다. 씨티증권도 삼성전자가 경영진의 지속적인 효율 극대화 노력과 기술력 우위 등을 바탕으로 실적 성장의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며 81만원이던 목표주가를 90만원으로 올려잡았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평가에 이날 2.44% 뛴 71만4000원으로 장을 마쳐 52주 신고가를 다시 갈아치웠다.

이날 역시 52주 신고가 기록을 세운 현대차도 외국계 증권사들의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도이치증권은 한국과 중국,일부 EU(유럽연합) 국가들의 정책적 지원이 하반기 현대차 판매 대수 증가에 기여할 것이고,YF쏘나타 등 신차 출시 효과도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메릴린치는 내년엔 2005년보다 27% 많은 사상 최대 이익이 예상된다며 국내 증권사들(9만6000원)보다 높은 11만5000원의 목표주가를 내놨다.

은행에선 신한지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P모건은 향후 수년간 신한지주의 수익성이 경쟁자들에 비해 뛰어날 것이라며 한국 은행주 가운데 톱픽(최선호주)으로 꼽았다. JP모건은 이달 들어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은 목표주가 평균치(4만원)보다 25% 높은 5만원을 새 목표주가로 제시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순이자마진이 개선되고 있고 부실채권 우려가 줄고 있다는 점을 추천근거로 꼽았다.

포스코 · SK텔레콤도 호평

포스코에 대해서도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모건스탠리는 이달부터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 인하분이 영업이익에 본격 반영되기 때문에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스코의 장기적인 수익창출 능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커지고 있는 게 긍정적이라며 목표주가로 52만5000원을 제시했다. 노무라증권은 하반기 실적 개선이 주가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SK텔레콤도 "3분기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씨티증권) "무선통신시장의 경쟁이 약화되면서 주가 반등이 예상된다"(JP모건)는 등의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LG전자는 휴대폰 사업을 중심으로 매출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분석됐다. LG디스플레이에 대해선 실적 개선세 지속 여부가 의문시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UBS증권은 3분기까지는 이익이 늘어날 수 있지만,세트업체들의 LCD패널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지면서 이익 증가세가 지속될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은 아직 업황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상반기까지 선박 주문이 회복되기 힘들 것이란 점을 들어 이날 종가(21만1500원)보다 낮은 18만3000원을 목표주가로 잡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2분기 실적에서도 놀랄 만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며 '비중축소'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15만원을 제시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