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 지방의 자치단체 사이에 재정자립도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는 경제위기 여파로 지역 간 경제 양극화가 점점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방 부동산 시장이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더 극심한 침체에 빠지면서 지방세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거래세 수입이 감소한 것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재정자립도 상위 수도권 독식

안형환 한나라당 의원이 21일 행정안전부에서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올해 재정자립도 상위 20위권에 서울과 수도권 자치단체 19곳이 올랐다.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곳은 서울시 본청으로 90.4%를 기록했다. 이어 △서울 중구 85.7% △종로구 81.2% △강남구 79.4% △서초구 78.5% △인천시청 75.7% 순으로 자립도가 높았다. 재정자립도 상위 20위권 중 수도권이 아닌 곳은 울산시청(59.3%) 하나였다.

◆지방과의 격차는 더 벌어져

재정자립도가 가장 떨어지는 하위 20위권 지자체 중 수도권은 하나도 없었다. 전남 완도군이 가장 낮은 7.2%를 기록한 가운데 △전남 신안군 8.0% △보성군 8.2% △강진,고흥군,경북 봉화군 8.6% △전북 임실군 9.0%등이었다. 자립도가 10% 이하인 지자체만 13개에 이르렀고 이 중 10곳이 호남에 몰려 있다. 문제는 이처럼 수도권과 지방의 재정 격차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것.2007년에 비해 재정자립도가 가장 향상된 20개 지자체 중 경기 양주군(23.9%) 등 수도권이 16개를 차지했다.

지방세수는 크게 △주택과 토지에 부과하는 재산세 △세대별로 일정액을 부과하는 개인균등할 주민세 △소득세에 일정액을 더하는 소득할 주민세 △취득세와 등록세 등 부동산 거래세 △법인사업체의 규모에 따라 부과하는 사업소세 등으로 이뤄진다. 해당 지역의 부동산 공시가격이 크게 하락하거나 거래가 얼어붙고 인구가 빠져나가는 등 경제가 피폐해지면 재정자립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처럼 대부분의 지방재정이 중앙정부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상황에서 지방소득세와 소비세를 성급하게 도입(내년 예정)할 경우 지역 간 재정격차만 더욱 벌리는 결과가 나올 것이란 지적이다.

◆자립도 높인 자자체들

이런 가운데서도 재정자립도를 늘린 지방지자체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3년간 재정자립도를 11.2%포인트 끌어올린 파주시가 대표적인 예다. 파주는 군사 접경지역이라는 한계 속에서도 LCD 첨단산업 클러스터 등 첨단산업 유치와 이화여대 캠퍼스,출판단지 조성 등으로 지역 고용과 투자의 선순환을 이뤘다는 평가다. 2000년대 초 20만명이 안 되던 파주시 인구는 지난해 32만명선으로 늘었다. 늘어난 고용과 인구가 세수 증가로 직결된 셈이다.

충남 당진군도 지난 5년간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700여개의 기업을 유치하며 같은 기간 재정자립도를 6.7%포인트 올렸다. 같은 기간 충북 청원군의 자립도가 5.7%포인트 오른 것도 오송 생명과학 단지 등 첨단산업 유치에 힘입은 바 컸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지자체들이 지방경제의 고용과 투자를 늘리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재정 격차를 해소하려면 수도권에 집중된 지방세 구조를 고치는 한편 지자체들의 기업유치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유미/차기현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