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그림은 내면적 갈등의 결과물인 동시에 분출물입니다. 정신적 긴장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첨예한 순간들을 잡아내기 때문에 정신이나 지성의 사색이 아니라 내면에 지닌 몸짓이라고 생각해요. "

서울 신문로 2가 성곡미술관에서 초대전(8월30일까지)을 갖고있는 프랑스 추상화가 장 미요트(84)는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마음 속 깊이 가라앉아 있는 '침전물'을 밖으로 분출하는 과정"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장 미요트는 1950~60년대를 풍미했던 추상표현주의 운동에 동참하면서 인간의 소통 문제를 회화로 표현해 온 작가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내면의 몸짓'.화업 반세기 동안 그린 회화를 비롯해 판화,타피스트리 50여점이 걸린다.

그의 작품은 젊은 시절 경험한 연극,퍼포먼스,무용을 마치 무표제 음악처럼 풀어내 다소 충동적이고 즉흥적이다. 일체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자유자재의 경지에서 형이상학적인 미감을 빚어낸다.

"무용수나 연기자들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얻어 내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스토리를 화면에 담아냈습니다. 그래서 유럽 화단에서는 제 작품을 보고 '춤추는 그림' 또는 '몸짓의 회화'라고 부르더군요. "

실제로 그의 대표작 '카루셀(1962년)''도피(1975년)''둘러싸임(1998년)''유전(2000년)'은 절제된 색채와 대비되는 필선으로 인간의 역동적인 몸짓을 은유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강렬한 필선과 색면의 움직임을 통해 관객과의 소통을 꾀하면서 '추상화의 힘'을 보여준다.

장 미요트의 작품 세계는 10년을 주기로 '진화'를 거듭해왔다. 1960~70년대 불안한 냉전 시대에는 내면의 강화에 역점을 뒀고,1980년대에는 역동적 제스처의 회귀,1990년대는 검은 필선의 대두,2000년 이후에는 '색의 건축'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주목받았다. 이번 전시에서도 1,2층 전시장을 작가의 활동 시기별로 5개의 섹션으로 꾸며졌다.

"초기에는 인간 내면에 역점을 두면서 형태와 여백 간의 균형을 모색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서는 검은 필체로 화면을 장악하면서 마음 속의 움직임을 '몸짓 기호'로 축조했고요. 결국 이는 최근 유럽 화단에 새롭게 부각된 '색의 건축'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바탕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 관람료 어른 5000원,학생 4000원.(02)737-765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