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 경남 지역에 300㎜가 넘는 비가 쏟아진 지난 16일.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생산운영팀의 송치운 과장은 전날 상황을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PC 작업창에 다음날 비가 내릴 거라는 기상정보가 뜬 걸 보고 미리 조치를 취했기 때문.공해상에 정박해 있던 배들은 조선소 앞 바다의 바닥에 설치된 철근 구조물과 체인 갈고리로 연결해 떠내려가지 않도록 했다. 조선소 안벽(조립된 배를 바다에 띄워 놓고 마무리 작업을 하는 장소)에 계류 중이던 배들은 평상시보다 두배 이상의 밧줄을 써서 고정해 놨다. 덕분에 시간당 90㎜에 달하는 집중호우에도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올 여름 '융단폭격'같은 집중 호우가 빈번해지자 산업 현장마다 비상이다. 주로 해안가에 있고 야외작업이 많은 조선소들은 기상조건 변화에 특히 민감하다. 조선소들은 2003년 동남부 지방을 강타했던 태풍 '매미'때는 건조 중이던 배가 떠내려 가고 크레인이 파손되는 등의 피해를 입었었다.

현대중공업은 보통 안벽 쪽으로만 묶어 놓았던 배들을 여름철에는 안벽 반대방향 쪽 바다에 설치해 놓은 '싱카'라는 수중계류 설비를 이용해 양쪽으로 묶어 놓는다. 배를 묶는 밧줄도 굵기 100㎜인 나일론 로프 25~30가닥으로 쓰던 것을 여름철에는 50가닥으로 늘린다. 대우조선해양은 부산지방기상청 등과 공동 개발한 '맞춤 기상정보시스템'을 활용해 태풍,장마전선의 이동방향을 실시간으로 예측하며 대비하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악천후가 발생하면 전 직원 휴대폰에 즉시 통보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

포스코도 장마철 침수피해를 막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포스코는 포항,광양 두 제철소에 풍수해 상황실을 가동하고 있다. 비 피해가 예상되는 6월1일부터 10월 말까지는 배수로 관리,시설 점검 등 경계수위를 더 높인다.

한화석유화학 울산공장은 장마철이나 집중호우 기간 동안 폐수 관리에 더 신경쓴다. 비가 많이오면 PVC(폴리염화비닐),PE(폴리에틸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폐수를 보관해놓은 폐수탱크가 넘칠 수 있어서다. 하루에 8~10시간 돌리던 폐수정화 시스템을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LG파워콤은 국지성 집중호우와 낙뢰 등에 대비해 중앙 네트워크 운영센터와 전국 10개 지사에 비상대책본부를 설치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