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이 미디어법 등 쟁점법안을 직권상정키로 입장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 초 한두 차례 여야 회담을 중재,마지막 미디어법 절충안을 제시하고 이 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직권상정 수순을 밟는다는 것이다.

김 의장 측 관계자는 19일 "식물국회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비등한 만큼 결단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진정성을 갖고 마지막 중재를 시도하되 이마저 실패한다면 직권상정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용범 국회대변인은 이날 "김 의장은 여야 각 교섭단체에 20일 의사일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한나라당에서 개최요구를 지난주에 해놨기 때문에 내일부터 5일 동안 매일 본회의가 소집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 의장은 이날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네 잎 클로버 찾는답시고 화단 다 망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결단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그는 "(미디어법은) 이미 답이 나와 있다. 10년 후 아니 수년 후 미디어환경이 어떻게 변하고 어느 것이 주도할지 아무도 장담 못한다"면서 "물론 문방위 입장에서 보면 방송법이 굉장히 중요하지만 그럼 다른 위원회 법은 중요하지 않은가"라며 미디어법의 조기 마무리를 시사했다.

김 의장은 모든 일정을 뒤로 미룬 채 주말 내내 미디어법 처리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구하는 등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장이 직권상정 쪽으로 기운 건 그의 향후 정치행보와도 무관치 않아보인다. 여권에서는 김 의장이 여권에 힘을 보태기보다는 여론을 의식한 '이미지 정치'에 주력해왔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국회의장을 그만 둔 뒤 당으로 돌아가 새 출발해야 하는 김 의장으로선 당내 여론을 무시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