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정모씨(35)는 최근 경찰서로부터 도난당한 내비게이션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범인은 차량을 부수고 내비게이션을 훔쳐 인터넷 쇼핑몰에 중고 매물로 올렸다. 이 제품을 산 소비자가 내비게이션을 작동시키자 도난 제품으로 등록돼 있다는 정보가 화면에 떴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쇼핑몰 아이디 등을 역추적해 범인을 잡았다.

휴대폰 PC 내비게이션 등 각종 디지털 기기 제조업체들이 첨단 도난 방지 시스템을 속속 탑재하고 있다. 사용자가 물건을 잃어버릴 경우 제품을 아예 사용할 수 없게 하거나 무선 통신망 등을 통해 제품의 위치를 알려 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내비게이션 전문업체인 파인디지털은 DMB(이동 멀티미디어 방송) 통신망을 활용한 도난 방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의 내비게이션(iQ500,보이스3.0 등)을 구입한 고객들이 제품을 잃어버려 신고하면 DMB 망을 통해 제품을 쓸 수 없도록 만들어 준다. 제품을 다시 찾으면 기기를 원상태로 돌려놓을 수 있다.

HP(휴렛팩커드),델 등은 노트북 도난 보호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등록되지 않은 네트워크를 통해 노트북을 접속할 경우 미리 설정된 사용자 메일로 IP(인터넷 주소)를 보내 줘 절도범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애플이 최근 글로벌 시장에 선보인 신형 아이폰 3GS 역시 분실 방지 기능을 갖추고 있다. 애플의 온라인 서비스인 '모바일 미'에 가입한 사용자는 자신의 아이폰이 분실됐을 때 실시간으로 단말기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잃어버린 휴대폰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서비스가 최근 나왔다. 모바일 솔루션 전문업체인 쏘몬은 휴대폰을 분실하거나 도난당했을 때 특정 신호를 전송,제품을 '잠금 모드'로 바꿔 개인 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휴대폰에 있는 주소록 사진 메모 공인인증서 등과 같은 콘텐츠를 삭제할 수도 있다.

최근엔 지문 인식,얼굴 인식 등 생체 정보를 이용해 주인 외에 다른 사람은 제품을 쓸 수 없도록 만드는 기기들도 많아지고 있다. 도시바는 웹 카메라로 얼굴을 인식해 미리 등록된 사용자만 제품을 쓸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 페이스 기술'을 선보였고,후지쓰는 권한이 없는 PC에 연결하면 데이터가 자동으로 지워지는 USB 메모리를 개발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