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즈오카현 후지시 상점가에 있는 과일가게 '스기야마 프루츠' 앞은 매일 문을 열기 전부터 장사진이 이어진다. 오전 10시부터 판매를 시작하지만 2시간이 지나면 모두 매진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사려는 상품은 하나에 300~1000엔(약 4200~1만4000원)인 고급 과일젤리다. 경쟁점의 상품보다 5배가량 비싸다.

차례를 기다리던 한 여성은 "정말 맛있다는 평판을 듣고 사러왔다. 다소 비싸더라도 가치가 있는 상품이라면 사고 싶다"고 말했다. 과일젤리를 사기 위해 멀리 지방에서 가족과 함께 일부러 차를 몰고 온 사람들도 많다. 고가임에도 고객들이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 과일젤리는 과일 수확과정에서 상처가 나거나 품질이 다소 떨어지는 '가공용' 과일을 사용했다. 하지만 스기야마는 이들과 차별화하는 신상품을 내놨다. 선물용으로 쓰는 최고 품질의 과일만을 손질해 해조류에서 추출한 천연 젤라틴에 그대로 넣어 만든다. 품질 좋은 과일을 젤리의 촉감과 함께 천연상태로 맛볼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손대지 않는 새로운 틈새시장을 찾아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업계에서는 소량의 고급 제품을 만든 게 스기야마의 성공 비결로 꼽는다. 이 젤리를 고안한 '과일 아티스트'인 스기야마 키요시는 "이변이라고 할 정도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매출만 고려하면 더 많이 생산해야 하지만 품질관리를 위해 직접 손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불황 속에서도 공급이 달려 못 파는 점포도 많고,오히려 비싸야 더 잘 팔리는 물건도 허다하다.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소비자가 지갑을 여는 이유가 싼 가격에만 있지 않다는 의미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